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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문화유산 얼마나 사랑하시나요

황영미

본받아야 할 다쿠미의 한국사랑
우리의 것 너무 무심한 현실 씁쓸

유럽에서는 자국문화의 우수성을 아이 때부터 철저하게 교육시킨다고 한다. 그래서 유럽 사람은 자국의 문화유산을 누구나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지식을 지니고 있으며 자부심도 대단하다. 우리나라에도 외국인이 반할 만큼 가치 있고 훌륭한 문화유산이 수없이 많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백자 등 전통문화를 높이 사고 한국을 사랑하는 일본인도 많다.

아사카와 다쿠미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산림과에서 일하며 우리의 민둥산을 회복하기 위해 산림녹화 사업에 전념했고, 한국의 민예(民藝)를 사랑했던 사람이다. 그의 형은 ‘조선 도자기의 신’ 아사카와 노리타가였으며 다쿠미도 백자 애호가였다. 전국 각지의 가마터를 돌아다니며 도자기와 파편을 구해 형에게 전하고 자신은 조선의 소반문화를 연구해 자료집도 남겼다. 또한 1924년 경복궁에 ‘조선민족미술관’을 설립하기도 했다. 한국에 묻히길 원했던 그는 망우리 공동묘지에 묻혀 있다.

다쿠미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한 ‘백자의 사람-조선의 흙이 되다’가 올해 7월 개봉됐다. 영화의 내용은 상당히 의미 있지만 주제와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기에 바쁜 나머지 디테일과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져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못하고 묻혀버렸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주제 측면의 의미를 높이 산 탓인지 크게 흥행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다쿠미는 일본 형사의 비웃음과 핍박을 받으면서도 한국인이 사는 마을의 한옥에 거주하면서 한복을 입고 한국말을 배우며 우리나라 문화의 우수성에 심취했다. 이에 외국인도 이처럼 존중하는 문화유산을 우리는 얼마나 깊게 알고 있으며, 널리 알리고 교육하고 있는가를 반성할 필요가 있다.

문화유산뿐만 우리나라 역사도 더 많이 알리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자국 역사 연구를 치열하게 하면서 그들 역사의 우수성을 부각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문화유산과 역사를 중국 소수민족의 문화와 역사로 유네스코에 등재하고 있다.

필자는 2008년 학생들과 고구려 역사 탐방을 했다. 환인에 있는 고구려 건국 초기의 졸본성은 중국에서는 다섯 여신이 산과 마을을 수호해 주었다는 의미로 ‘오녀산성’이라는 이름으로만 불리고 있었으며, 궁궐도 주춧돌과 온돌 외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이후 천도한 지안(集安)의 국내성 성벽은 거의 파괴돼 있었다. 그 후 방문한 장군총은 건재했으나 중국의 문화유산이 돼 버렸다. 중국에서는 장군총이라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장수왕릉으로 불리기도 하며 주몽의 무덤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고 한다. 더욱 정밀한 고대사 연구가 이루어져 확실한 명칭을 회복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수업 중 학생들이 자유주제발표에서 다룬 2004년에 ‘고구려사 연구센터’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 설립됐으나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 바뀐 후에는 그 센터의 존재조차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것과 조선시대 5대 궁궐인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경희궁, 경복궁도 여러 전각이 일제강점기 때 심하게 훼손돼 가장 보존이 잘된 편인 창덕궁조차 원래 전각의 30%만 남아있다는 내용을 듣고 우리 문화와 역사 복원과 관련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상당히 적어 관련 교육과 연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에서 복원술이 발달한 것은 자국의 문화유산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문화유산과 역사에 더욱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가치를 부각하는 작업을 추진하는 것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 세계일보 2012.12.08
http://www.segye.com/Articles/News/Opinion/Article.asp?aid=20121207023547&cid=&OutUrl=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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