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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1월 19일] 추사의 명호(名號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는 동갑내기 초의선사(草衣禪師)를 30세에 만나 평생지기로 깊은 교유를 나눴다. 찾아가 만나기도 했고 수많은 서찰을 통해 우정을 주고 받았다. 1835년(헌종 1년) 추사가 초의에게 보낸 편지 말미는 이렇게 돼 있다. 乙未臘五夜 居士書 水仙盛開 淸香汎硯沁紙(을미납오야 거사서 수선성개 청향범연심지).'을미년(1835년) 섣달(12월) 5일 밤 거사가 씁니다. 수선화 만발해 맑고 깨끗한 향이 벼루에 떠돌고 편지지에 스밉니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수선화를 아끼고 즐겼던 추사의 취향이 담겨있다. 조선 선비들은 한 겨울에 고고하게 피는 수선화를 사랑했다. 사신들의 연행(燕行) 길에서나 몇 뿌리씩 들여왔던 귀한 화초이기도 했다. 훗날 제주 대정 땅에 유배 간 추사는 귀한 수선화가 지천에 깔린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거사(居士)라는 명호는 불교에 심취한 그의 면모를 엿보게 한다. 추사만의 독특한 작품처리 형식인 말미구(末尾句)는 다각도로 추사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들을 제공한다.

■추사가 작품 말미에 적은 명호(名號)와 말미구를 통해 새롭게 추사에게 다가간 방대한 연구서가 나왔다. 최준호(55) 도립전라남도 옥과미술관장의 역작 <추사, 명호처럼 살다>(아미재)라는 책이다. 최 관장이 6년여에 걸쳐 추적 정리한 추사의 명호는 343개에 이른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호를 지어 사용했기에 이렇게 숫자가 많다는 게 최 관장의 설명이다. 추사에게 명호는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고 소통하는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추사'는 24세 때 부친을 따라 사신 일행으로 청나라에 가면서 새로운 각오를 담아 쓰기 시작한 것이고,'완당'(阮堂)은 중국 스승 완원에 대한 존경을 담은 명호. 삼십육구주인(三十六鷗主人)처럼 갈매기 '구(鷗)'가 들어간 명호가 많은 것은 제주 유배생활 등과 관련이 깊다. 홍대 동양화과를 나와 국립대만사범대 미술대학원서 전각학(篆刻學)석사학위를 받은 최 관장은 추사의 인장 연구가 다음 목표다. 지방에 거주하며 관심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그의 학문 열정이 돋보인다.

 

-한국일보 2012.11.19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1/h201211182028032444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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