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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무형문화재'를 서양식으로 분류하다니

이칠용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된 이래 우리 무형문화유산 보호에 일정한 성과를 거두어 왔다. 그러나 무형문화재 범위의 협소화와 원형 유지 원칙으로 인해 창조적 계승, 발전이 저해되고 있음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당국은 무형문화유산의 '진흥'을 위한 법안을 국회에 상정해 놓고 있다. 그 주요 내용으로는 무형문화재의 브랜드화, 지식재산권의 보호, 전통문화의 자생력 향상 등을 담고 있다.

그런데 작금에 집행되는 정책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선 문화재청에서 통계청과 협의를 거쳐 중요무형문화재 기능 분야 53종목에 대한 '한국표준산업분류코드'를 부여한 사례를 보면 '매듭장(조화 및 모조 장식품 제조업), 낙죽장(기타 목재가구 제조업), 궁시장(기타 운동 및 경기용구 제조업), 금속활자장·각자장(제판 및 조판업), 칠장(합성염료, 유연제 및 기타 착색제 제조업)' 등으로 분류해 고유 번호를 부여했다. 이런 '서양식' 산업 분류 방식은 당장 중지해야 한다. 어떻게 매듭이 모조 장식품이고, 칠장이 기타 착색제란 말인가? 우리 전통 공예는 대부분 천연 자연 소재로 고유의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들임에도 기존의 공업/산업 분류 번호를 그대로 부여한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왜 우리만의 고유한 분류 번호를 부여하지 못하는가?

'문화재 영문 표기 기준(안)'도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 전통 공예 종목은 '김치, 아리랑' 같은 우리만의 고유명사이다. 일례로 이번에 지정한 영문 표기 중에는 '염색(dyeing)'이라고 되어 있는데 무형문화재의 염색은 '천연염색'이므로 일반 염색과는 구분해야 한다. '건칠(乾漆·lacquered)'도 옻칠을 수회 도장하여 건조한 것이므로 'dry'가 들어가야 하며 'lacquer ware'로 되어 있는 칠장도 일본에선 '우루시', 중국에선 'China lacquer ware'로 쓴다는 점을 참고했으면 싶다. 게다가 국내 유명 출판사의 '영한사전'을 보면 중요무형문화재 기능 분야 중 '샛골나이, 낙죽, 돌실나이, 채상, 소목, 두석, 백동연죽, 입사, 침선, 제와, 전통, 배첩, 완초, 각자, 화각, 윤도, 염, 화혜, 불화, 번와, 문배주, 두견주' 등이 거의 누락되어 있다. 이런 현실에서 외국인들이 우리 문화유산을 쉽게 접근하고 배울 수 있겠는가? 당국에서 우리 것을 찾아 지키고 산업화, 세계화를 위해 비장한 각오로 나서서 풀어야 할 문제들이다.

- 조선일보 201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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