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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양도세 해법없나

이광형

‘미술품 양도소득세 결사반대’ 서울 인사동 등의 화랑가에서 요즘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문구다. 근조 리본 형태의 포스터에 쓴 이 문구는 미술계의 절박하면서도 결사항전을 앞둔 분위기를 엿보게 한다.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미술품 및 문화재를 소장한 자가 이를 판매해 발생한 이익에 대해 소정세율의 기타소득세를 부과하는 법안(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25호, 소득세법시행령 제41조 제12항)을 시행키로 했다.

숨진 작가(생존 및 외국 작가 제외)의 작품을 6000만원 이상으로 판매할 경우 차익에 대해 양도가액의 80∼90%를 필요경비로 인정하고, 나머지 금액의 20∼10%를 기타소득으로 원천징수하겠다는 것이다. 작품의 보유기간이 10년 미만인 때는 이익금의 80%, 10년 이상일 때는 90%를 필요경비로 인정키로 했다. 다만 국보와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의 거래 및 양도는 예외다.

예를 들어 1000만원에 그림을 구입해 10년 후 6000만원에 파는 사람은 양도차익 5000만원 가운데 90%(4500만원)를 공제받고 나머지 금액(500만원)의 20%인 100만원을 양도세로 내야 한다. 그림 보유기간이 10년 미만이면 80%(4000만원)를 공제받고 나머지 금액(1000만원)의 20%인 200만원을 내야 한다. 누구에게서 선물 받은 사람도 팔 때 6000만원이 넘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

정부가 이 법안을 시행하려는 것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형평의 실현에 근거를 두고 있다. 또 미술품을 이용한 탈세와 편법 상속, 재산은닉 등을 방지하고 미술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도 담고 있다. 최근 저축은행 비리에서 보듯 미술품이 ‘검은돈’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거래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미술품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법안은 20년 넘게 추진돼 왔다. 1990년 도입을 시도했으나 시기상조라는 미술계의 반발에 2년간 유예됐다가 92년 다시 3년간 유예, 95년 2년간 유예, 97년 3년간 유예, 2000년 3년간 유예 끝에 2003년 결국 폐기됐다. 이후 2008년 재도입을 시도해 2011년 2년간 유예하는 대신 2013년부터 본격 시행하기로 국회에서 의결했다.

미술계에서는 세금부과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의 자생성을 확보할 때까지 지원과 육성 후 시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화상(畵商)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단군 이래 최악’이라는 미술시장에서 세금이 부과되면 음성거래가 성행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경우 위작이 양산되고 검증되지 않은 미술품이 거래돼 작가들의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술품 양도세가 시행될 경우 걷히게 될 세금은 연간 30억∼100억원으로 추산된다. 미술계는 “극히 미미한 세수(稅收)로 실효성이 없다”며 “미술품을 비자금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일부 음성거래자를 겨냥해 정부가 굳이 칼을 뽑겠다면 벼룩 한 마리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조세형평보다 미술문화의 진흥과 국제화라는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미술품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고, 스위스 뉴질랜드 싱가포르 홍콩 등은 시행하지 않고 있다. 밀어붙이기와 극렬한 반대로 일관하는 양쪽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정부가 미술품을 투자대상으로 여겨 세금을 부과하겠다면 재고해야 하고, 미술계도 불투명한 거래 관행을 버려야 한다. 이 법안의 연착륙을 위해 기반을 조성하는 숙려기간을 갖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 국민일보 2012.10.27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6569201&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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