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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림박물관 30년

김종호

청화백자(靑華白磁)를 흔히 ‘도자기의 꽃’이라고 한다. 순백(純白)의 몸에 코발트 안료(顔料)로 청색의 무늬를 그려 구워내 아름답기 그지없는 도자기라고 해서 생긴 표현이다. 중국에서 14세기 초부터 본격적으로 제작해온 기법이 조선시대 초기인 14세기 말에 우리나라에 전래됐으나 생산 단계에 이른 시기는 15세기 중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코발트는 페르시아 등지에서 중국을 거쳐 수입된 것으로 금보다 비쌌다.

조선 초기의 청화백자 걸작 중에 매화와 대나무를 그려넣은 항아리 2점이 전해온다. 리움미술관과 호림박물관이 각각 소장하고 있는 국보 제219호와 제222호다. 호림박물관 설립자인 호림(湖林) 윤장섭(90) 성보문화재단 이사장은 국보로 지정되기 전인 1974년에 청화백자매죽문호(梅竹文壺) 1점을 구입한 일화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값을 흥정하려고 했지만 한 푼도 깎아주지 않아 4000만 원을 줬다. 당시엔 서울 도심의 빌딩 한 채라도 살 수 있을 만큼 거액이었다.” 황수영·진홍섭과 함께 개성 출신으로 당대 최고의 안목을 지녀 ‘문화재계의 개성 3걸(傑)’로 일컬어지던 최순우(1916∼1984) 제4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반드시 구입하라고 권유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 해의 호림박물관 개관 전시회를 통해 처음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간송(澗松) 전형필(1906∼1962)과 함께 적지 않은 문화재의 일본 유출을 막은 대표적 인물인 호림이 수집한 귀중한 문화재는 현재 1만5000여 점에 이른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분청사기 등 도자기 4000여 점을 비롯해 삼국시대 토기 3000여 점, 회화·전적류(典籍類) 2000여 점 등이다.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것만 해도 각각 8건과 46건이다. 1971년 일본에서 떠돌던 것을 되찾아온 뒤 국보 제211호로 지정받은 고려시대 유물 ‘백지묵서묘법연화경(白紙墨書妙法蓮華經)’도 그 중에 하나다.

호림박물관은 ‘호림, 문화재의 숲을 거닐다’ 라는 제목으로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전시회를 서울 신사동 분관에서 지난 18일 개막했다. 내년 4월27일까지 이어진다. 간송미술관·리움미술관과 함께 대한민국 3대 사설 미술관인 호림박물관 소장 문화재 중에 최고의 명품 80여 점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특별전 취지대로 ‘문화재의 숲’을 거닐며 그 ‘향기’에 젖어드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 문화일보 2012.10.23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10230103303717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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