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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박물관, 박근혜 선거 위해 헌납하는가

한겨레신문

예상대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실체가 대한민국 역사왜곡관으로 드러나고 있다. 개관 시기도 대통령선거운동이 본격화하는 11월22일로 앞당겨져, 왜곡된 역사를 선거에 이용하는 중심적 기능을 하게 될 모양이다. 독선과 불통, 정책 실패로 점철됐던 이 정권의 폐정이 역사 왜곡과 국민의식 조작으로 정리되는 셈이다.
이 박물관은 애당초 헌법 전문에 명기된 상하이임시정부를 부정하는 이 정권의 관점에 따라 추진됐다. 그런 관점은 2009년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제안으로 구체화됐다. 광복회는 물론 학계와 시민사회의 광범위한 반발에 부딪혀 건국절 파동은 잠수했지만, 관점 자체는 요지부동이었다. 24명의 건립위원 대부분은 일제의 병탄과 이승만·박정희 독재와 쿠데타를 미화하는 뉴라이트 계열 인사였으며, 그나마 근현대사 주전공자는 하나도 없었다. 국가주의와 사대주의로 똘똘 뭉친 이들이 전시 구성과 방향을 정했으니 박물관의 성격은 이미 결정돼 있었다. 전시 구성과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위원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최근엔 대통령 정책자문위원단 출신 인사를 박물관장에 내정했으니 더 할 말이 없다.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전시 내용은 그 결과였다. 전체적으로 태동, 기초 확립, 성장과 발전, 선진화와 세계로의 도약 등 ‘성공신화’로 구성해 이승만·박정희 독재를 찬양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전시 설명 기초자료에 이승만 28번, 박정희 24번 언급되지만, 나머지 국가수반은 모두 합쳐 19번밖에 언급이 없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5·16 쿠데타는 장면 정부의 무능 때문에 발생했다고 기술했고, 세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지정된 인혁당 사법살인 관련 기록은 단 한 건도 전시되지 않았다.
정부는 교과서의 현대사 기술에 대해 논란이 많다는 이유로 무조건 크게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바른 자세는 아니지만, 그런 기준이라면 역사박물관도 그에 따라 전시 내용 방향을 결정해야 했다. 독일 현대사박물관의 경우 헬무트 콜 전 총리가 건립 의지를 천명하고 12년 뒤에야 개관했다. 그 뒤에도 여론을 수용해 두차례나 대대적인 보완작업을 했다. 박물관은 현재와 과거가 대화하는 곳이지, 특정 관점과 해석을 강요하는 곳이 아니다. 강요한다면 그건 국가폭력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개관하자마자 박정희 홍보관으로 전락해 박근혜 후보 운동에 이용될 운명이다. 선진화는커녕 후진적 작태의 전형이다. 정부는 개관을 연기해야 한다. 행정부든 국회든 독립된 기구를 설치해, 학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모아 전시 철학과 방향, 내용을 정해야 한다.

- 한겨레신문 2012.10.23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5570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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