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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스포츠 칼럼 - 이두식> ‘우리아이가 그림 잘 그리는데요’

이두식

“우리 아이가 그림을 잘 그립니다. 유치부 실기대회에서, 전국학생실기대회에서 큰 상을 여러 번 받았고 미술학원도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앞으로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종종 듣는 미술지망생 학부형의 말이다. 더러는 황당한 질문도 있어 답답할 때도 있지만 미술가에 대한 인식이 한결 나아지고 있음을 실감하곤 한다. 

내가 화가의 길을 선택했을 때만 해도 부모들은 자식이 갈 길이 아니라 생각하고 죄다 뜯어말렸다. 다행히 우리 부모님은 내 꿈을 밀어주셨지만 아직도 예술가의 길을 탐탁잖게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미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특히 우리 삶에서 미술 같은 창조적 분야의 중요성이 인식되며 크게 변화하고 있다. 생활 속에서 미술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거의 없으니 말이다.

내 주위를 살펴보자. 앉아 있는 의자, 테이블, 벽지, 창문, 몸에 지니고 걸친 시계, 의상, 구두, 안경까지 모두가 미술가의 손길이 닿은 것들이다. 밖으로 나가도 각종 간판, 가로등, 자동차 등등 모두 미술가의 작업 분야다. 그러니 미술은 마치 숨 쉬는 공기처럼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장르가 되었다.

물론 미술도 순수미술이 있고, 생활미술이 있다. 생활미술은 각 분야에 필요조건으로 존재하지만 순수미술은 그렇지 않다. 대상이 대단히 막연한 것.

순수미술은 새롭고 풍부한 삶을 개척, 창조해야 하는 엄숙한 사명을 안고 있다. 생활미술에 비해 안정된 삶이 보장되지 않으니 강한 의지력과 실천력이 필요하다. 물론 아주 드물게는 부와 명예가 주어지지만 목표를 그것에 맞출 경우 순수예술로의 매진은 원활치 않게 마련이다.

각 분야 예술가들이 힘든 과정을 거치며 성장하듯 순수미술가 역시 현실적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예술이란 인간 본연의 감성을 다루는 분야이자, 예술을 향수하려는 자의 감동 또한 외면할 수 없으니 늘 균형감각을 지녀야 한다. 

산업혁명 이후 20세기 현대사회는 삶을 편리하게 하는 문명의 이기들이 잇따라 발명되며 인간 본연의 감성마저도 급속도로 변화시켰다. 21세기 들어서는 이러한 변화에 반응해 현대미술도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미술은 사진기의 발명 이후 미술가들의 고유영역이었던 기록화, 초상화에서 멀어지며 새로운 모색이 시작된 게 100년이 넘었다. 묘사보다는 색채 분석에 힘썼던 인상파, 몽환적인 초현실주의 회화, 2차원 평면에 3차원 입체를 표현하려 했던 입체파, 아예 형태를 부숴버린 추상작업 등으로 변화하며 숨 가쁘게 달려왔다.

요즘도 현대미술의 전위에 선 작가들은 새로운 예술실험을 거듭 중이다. 끝없이 갈망하고, 절규하며 예술혼을 펼치고 있다. 허나 저들의 실험적 작업에 미술감상자와 수집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하다. 작업이 난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도전적인 실험정신이야말로 우리의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고, 잠재됐던 창조력에 불씨를 지피곤 한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미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 미술의 길에 들어선 후학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또 귀한 자식을 예술가의 길로 보내려는 용감한 부모들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 역량 있는 미술가야말로 미래 창조한국의 경쟁력이다.

- 헤럴드경제 2012.10.10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21010000185&md=20121010115336_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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