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글로벌 포커스-김용우] 루브르 박물관의 이슬람관

김용우

지난달 말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이슬람관이 새롭게 들어섰다. 2002년 당시 대통령이던 자크 시라크의 제안으로 시작된 대공사가 10년의 세월을 거쳐 드디어 그 화려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루브르의 이슬람관은 여러 가지로 세계인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새 공사에 투여된 1억 유로에 달하는 거액은 프랑스 정부와 사기업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모로코 쿠웨이트 아제르바이잔 정부와 개인의 기부로 충당됐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박물관에 아랍 세계의 관심이 뜨겁다는 증거다. 

이슬람관의 건물 자체도 화제다. 루브르 궁전의 한쪽 뜰을 10m가량 파헤치고 지하 2층, 지상 1층으로 세운 새로운 갤러리의 지붕은 유리와 철제를 사용해 독특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마치 금빛 물결을 연상시키는 지붕은 벌써부터 ‘잠자리 날개’ ‘나는 양탄자’ ‘바람에 날리는 베일’ ‘사막의 모래 언덕’과 같은 많은 별명을 얻었다. 1989년 만들어진 박물관 입구의 유리 피라미드 이후 가장 도발적인 건축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서구 문명의 신전이라 일컬어지는 루브르 박물관에 비중 있는 이슬람관이 만들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주목을 끈다. 건립 당시부터 소장품에는 이슬람 유물이 들어 있었으며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프랑스의 식민 지배가 절정에 달했을 무렵 이슬람 유물의 수는 급속히 증가했다. 그러나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유물은 창고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이제 1만8000점이 넘는 이슬람 유물이 새로운 전시실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은 서구 세계가 이슬람 문명을 재평가하려는 시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이슬람을 폄하하는 사건들이 아랍 세계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와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루브르 궁전에 한 자리를 차지한 이슬람관은 ‘문명들 사이의 대화’를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불만의 소리도 만만치 않다. 먼저 유물의 전시 방식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슬람 예술’이라는 큰 주제 아래 시대별로 유물을 전시하면서 예컨대 이라크 시리아 이집트 이란 아프가니스탄의 유물들을 한데 뭉뚱그려 놓은 것은 지역별 이슬람 문화가 지닌 독특성을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한 비평가는 ‘불교 예술’이라는 주제 아래 네팔 일본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유물을 한데 모아놓는 것과 같은 황당한 전시 방식에 빗대기도 했다. 약 10개월 전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이슬람 유물을 새롭게 전시하면서 갤러리 명칭을 ‘아랍지역, 터키, 이란, 중앙아시아, 후기 남아시아 예술’이라 붙인 것과 큰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루브르의 이슬람관이 현대 이슬람 예술을 외면했다는 비판도 있다. 7세기에서 19세기 사이에 만들어진 작품만을 전시했다는 것은 과거 이슬람 문화를 이상화하는 대신 암암리에 현대 이슬람 예술의 가치를 폄하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서구와 이슬람 세계 사이의 갈등이 현재를 둘러싼 것이라 할 때 과거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현대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물론 서구 문명의 전당에 이슬람 문명이 버젓이 자리를 잡았다는 것 자체가 획기적이기는 하다. 작년 한 해에만 900만명 가량의 방문객을 자랑하는 루브르 박물관의 인기를 감안할 때 ‘문명들 사이의 대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이라는 예상에 토를 달기도 어렵다. 

그러나 500만명에 달하는 프랑스 내 무슬림계 이주민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차별이 루브르 박물관에 들어선 화려한 이슬람관으로 해소될 수는 없다. 세계에서 프랑스만큼 문화정책에 공을 들이는 나라도 드물다. 그러나 문화정책은 사회정책과 병행될 때 제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문화는 가혹한 현실에 눈을 가리는 도구로 전락한다. 이런 방식으로 문화가 도구화되면 될수록 문화 자체의 가치 역시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