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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콘서트]위기에 대처하는 예술가의 자세

김지연

지구가 온통 심란하다. 누군가는 지금 상황에 대해 ‘문제없다’를 외치는데, 글쎄. 나는 판단력이 떨어지는 사람인 모양이다.

혹자는 긍정의 말을 자꾸 해야 현실도 그렇게 된다는 베스트셀러의 낚싯밥 같은 표현을 들이대면서 부정적인 말은 입에 담지도 못하게 하지만, 온갖 불쾌한 사태들을 대면하면서도 문제없다고 말하고 행동을 유보하면 정말 다 괜찮아질까? 그렇다면 편하긴 하겠다. 말하고 기도만 하면 되니까.

가뜩이나 세상이 시끄러운데, 미술계에서도 신정아니, 오리온 비자금이니 하는 자극적인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 더 심란하다.

미술계 외부 사람들은 대체 미술이 뭔데 저렇게 요란한 것일까 하며, 나도 모르는 미술계에 대해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모양이다. 부정부패와 음모가 판치는 동네처럼 비치는 미술판에 대한 외부의 까칠한 반응 때문일까? 예술이 원래 뭐 하는 것이었던가 질문하게 된다.

웹진 ‘예술경영’에서 읽은 일본 국제무대예술교류센터 사무국장 마루오카 히로미의 칼럼은 예술의 본질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 글은 일본에 밀어닥친 지진, 쓰나미, 원전 문제 등이 만들어낸 재난상황 속에서 예술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은 것이었다. 이야기의 핵심은 ‘사회의 절대적 외부에 있거나 외부에 있고자 하는 것’이 예술이기 때문에, 사회의 카운터파트로서 예술은 사회가 수긍하고 있는 온갖 전제들을 철저하게 재검토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회는 지속적인 자기갱신 없이 존속할 수 없건만, 갱신의 계기는 그 내부에 존재하지 않으니, 외부로서의 예술이 사회의 갱신을 위해 철저하게 질문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예술가들의 존재가치가 무엇인지를 명료하게 밝힌 것이었다.

예술은 원래, ‘있는 것’ 자체가 이유인 ‘팔자 편한’ 것들이다. 이 지독한 ‘잉여’의 쓸모 여부는 예술로부터 어떤 이익을 끄집어내고 싶은 사회가 만들어내는 것일 뿐, 예술의 존재조건과는 무관하다. 하지만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실용성이 중요한 시대, 모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시대 아닌가. 세상에 그들의 존재 의미와 기능을 어필하지 않고서 예술은 국가의 지원을 설득할 수 없다. 사회의 외부에 존재해야 하지만, 사회에 기대야 살 수 있는 현실. 이것이 예술이 처한 딜레마다. 그렇긴 하지만 예술가들은, 그들이 사회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을 추구하는 이들이다.

반체제 예술인으로 유명한 중국작가 아이웨이웨이는 “행동하지 않으면 더 위험해진다”면서 퍼포먼스, 인권운동 등을 통해 중국 정부를 불편하게 만드는 인물인데, 얼마 전 얼토당토않게 경제사범으로 몰려 출국금지를 당해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았다. 출국금지, 감금, 실종 등의 사건에 번번이 휩싸이는 그는 존재 자체로 사회를 긴장시킨다. 예술가 임민욱은 최근 ‘불의 절벽’이라는 작업에서 온 가족이 간첩 누명을 쓰고 죽음보다 두려운 고문의 후유증에 시달려온 한 인물의 비극적 개인사를 통해, 우리가 망각하고 있는 과거의 폭력을 상기시키며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의 부조리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한편 예술가모임인 리슨투더시티는 청계천 개발 이후의 상황, 4대강 개발의 현장 상황 등을 집요하게 지켜보면서 기록한다. 지켜보고, 기록하고, 질문하고, 반대하는 이들의 행보가 바로 위기에 대처하는 예술가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 아닐까.<-경향 2011.4.9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4082117435&code=9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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