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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울창한 서울을 꿈꾸며

박수룡

도심 속에서 우리 산하의 아름다운 식물상을 맘껏 볼 수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쌀밥나무 마가목 사이로 비비추 자산홍이 뿌리를 내렸다. 널찍하고 시원한 올림픽공원을 가끔씩 산책하면서 만나는 사람은 대부분이 공원 만들기를 참 잘했다고 말한다. 선사문명과 화려한 백제문명이 꽃피웠던 자리에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여유로운 생태공원이 이곳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건물이 공원 숲을 파고들어 온다. 체육보조시설 미술관 주차장 등 대형시설물이 생겼고 요즘 들어서는 담장을 두르고 또 나무를 베기 시작한다. 저 생명이 베어져 나가는 자리에 또 어떤 시설물이 들어설까. 이 공원을 만들 때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했는데…. 도심 속 초록의 공간에서 청명한 숨쉬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또 사라지는구나 싶어 아쉽다.

요즘 도시 전체에 뉴타운 재개발사업이 한창이다. 이상적인 도시 개발과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디자인을 하자는 취지인데 잠실벌에는 하늘이 벌써 사라졌고 한강은 회색 병풍 밑에 누워 있다. 도심의 나무는 바뀌거나 이발을 한다. 1000만 명 이상이 사는 수도 서울에서 오래된 나무가 있는 녹색공원은 과연 얼마나 잘 관리될까.

중국 베이징은 나무에 관한 한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국내 모 아파트 업체가 모델하우스를 짓겠다고 신고했더니 벌목 관련 부서가 많고 심의가 까다로워 공사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래된 숲이 남아 있고 시내 곳곳 공원마다 아름드리나무가 자라는지 모른다. 높은 빌딩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면 고목나무 사이사이로 베이징의 집들이 납작한 자태로 다가오는데 집은 좁지만 밖으로 나오면 나무의 영향일까, 사람들의 심성이 부드러워 보인다. 주민들이 공터에 나와 상큼한 공기를 마시며 빨라진 세상과 거리라도 두듯이 느릿느릿 체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미술계에서 가장 큰 행사 중 하나가 비엔날레다. 2년마다 열리는 현대미술의 아방가르드적 성격인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열리는 공원은 온통 숲 속에 묻혀 있다. 대부분 잡목이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나무가 옆으로 자라서 쓸모가 없다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베네치아 나무에서는 오히려 독특한 조형성마저 느껴진다.

어찌 보면 고목이 충격과 순간 위주의 현대미술과는 차별된 고고한 작품처럼 수벽이 되고 그늘이 되어 여러 나라의 전시실을 배경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우리 주변에서 홀대받고 뽑혀나가기 일쑤인 플라타너스도 하늘 높이 자랐다. 이곳의 나무는 그림, 조각이라는 현대미술 단어에 대립하는 개념이었을까. 자연의 대변인처럼 서있는 노거수 숲 속에서 우리도 큰 나무가 자랄 때까지 기다리고 가꿔서 도심 속의 원림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의 1인당 공원 면적이 2007년 기준 15.93m²라 한다. 북한산 인왕산 관악산 등 수도를 둘러싼 공원까지 합한 수치일 것이다. 시민이 피부로 느끼는 수치는 얼마나 될까. 집 주변에 공원이 없고 나무가 없어 모두 시멘트 벽과 담에 갇혀 사는 느낌이라면 서울 도심공원 용적률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사실 인구가 늘고 새 집에 대한 수요가 많아서 나무와 함께한 고즈넉한 생활을 포기한 지 오래다. 그래서 우리는 아파트에 숨어서 무더운 여름날 에어컨만 빵빵 틀고 살고 있으나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강과 뉴타운 지역을 생태다리로 연결해 올림픽대로, 강북도로를 복개하고 주변과 다리 위에 나무를 심자. 또한 일부 지역 고층아파트는 안 된다는 융통성 없는 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녹색공간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기부를 과감하게 권장하고 공원디자인을 뉴타운 맨 앞자리에 그려 넣어야 한다.

그리고 나무를 심자. 거리에 심고 회색 동네 도심에 심고 우리 마음에도 심자. 또 나무가 자라기 전에는 어떤 핑계로든 자르지 말고 잎이 무성한 숲이 될 때까지 기다리자. 우리 사회가 나무를 통해 기다림이란 아름다움,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덕목을 공유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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