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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금동반가사유像 해외 전시

김태익

1960년대 초 프랑스 드골 정부는 미국 케네디 정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앙드레 말로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두 나라 관계를 풀어보려고 다빈치 명화 '모나리자'를 미국에 '특사'로 보내자고 했다. 프랑스 내 반발을 무릅쓰고 모나리자는 대형 여객선 유나이티드 스테이츠호에 올랐다. 승객 명단에 '모나리자'라는 이름을 올리고 일등실에서 최고 호위를 받으며 대서양을 건넜다. 전시는 대성공이었다. 워싱턴 국립박물관은 관람객이 하도 몰리자 한 사람당 관람 시간을 제한했다. 

▶작년 1월 중국에서 건너간 한 장의 그림에 일본이 후끈 달았다. 중·일 수교 40년을 기념해 베이징 고궁박물원이 내놓은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였다. 900년 전 북송(北宋) 시대 수도 카이펑(開封)의 봄날 풍정(風情)을 담은 중국 회화사(史) 최고 걸작이다. 그것도 첫 해외 나들이였다. 일본 사람들은 영하 추위 속에 평균 다섯 시간씩 줄을 섰다. 


▶우리 문화재들은 60년대 초 런던·파리·프랑크푸르트 '한국고대문화전'에서 처음 유럽에 소개됐다. 김재원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영국 군함을 빌려 두 달 항해 끝에 전시품을 날랐다. 국민소득 87달러, 바깥에선 '한국' 하면 '전쟁'을 떠올리던 때였다. 유럽인들은 우리 문화재들을 대하며 한국을 다시 봤다. 어느 프랑스 신문은 분청사기 문양과 그림을 보고 '15세기 한국에 이미 피카소가 있었다'고 썼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오는 10월부터 넉 달 동안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신비한 황금의 나라, 신라' 특별전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전시품엔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비롯한 걸작 문화재가 포함돼 있다. 반가사유상은 오른 다리를 왼 무릎 위에 올려놓고 명상에 잠긴 불상이다. 그런데 문화재청이 '금동반가사유상은 중요한 문화재인데 그간 너무 자주 해외에 나갔다'며 국외 반출에 반대하고 나섰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한 해 관람객이 600만명 넘는 세계 문화 중심 가운데 하나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아쉬워서 하는 게 아니라 저쪽이 원해 이뤄졌다. 전시장도 한국실 대신 그리스·로마실과 가까운 일층 특별실이다. 미술관 측이 특별 대접을 하는 셈이다. 전시를 안 한다면 몰라도 기왕에 하기로 했으면 역시 명품을 가져가야 깊은 인상을 준다. 미술사학자 최순우는 금동반가사유상을 가리켜 '무엇이라 형언할 수 없는, 뼈저린 거룩함'이라고 했다. K팝과 한류 드라마에 매혹된 외국인들이 금동반가사유상을 보면 또 어떤 탄성을 지를지 궁금하다.


- 조선일보 2013.05.14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5/13/201305130249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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