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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 ‘훔쳐온 불상’은 돌려줘야

이상정

최근 한·일 사이는 정치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난기류다. 보도에 의하면 일본 쓰시마(대마도)시는 1980년부터 해마다 여름 축제 때 개최해온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행사를 33년 만에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축제 이름에서 ‘아리랑축제’라는 표현을 삭제했다고 한다. 또 최근 일본 규슈박물관은 우리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기획해 2014∼2015년 한·일 순회전으로 열 예정이었던 ‘백제’ 특별전을 무기한 연기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난기류의 주 원인은 2012년 한국 절도단이 일본의 절과 신사에서 훔친 두 점의 불상의 반환과 관련된 양국 간의 갈등이다. 훔쳐온 것이므로 당연히 돌려주어야 하나 이들이 과거에 일본으로 불법 반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우리 불상들이기 때문에 문제가 쉽지 않은 것 같다.

표면상으론 현재 장물일 뿐이다

특히 그중 한 점인 ‘관음보살좌상’의 경우 그 복장유물에서 ‘관음존상을 주조해 부석사에 봉안하고 영원토록 공양하고자 서원한다’는 묵서 명문이 나왔고, 그 조성자가 서산 부석사의 당주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해서 관계자들 중에는 이 기회에 불상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도 부석사가 정부를 상대로 낸 금동관음보살좌상 반환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부석사 측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아마도 이번에 한 점이라도 환수해야 한다는 생각은 그 사이 수많은 문화재를 약탈당한 우리의 처지에서는 생각해 볼 수 있는 방안이다. 실로 자신들이 약탈한 것이 너무 명백한 조선왕조 왕실의궤를 문화선진국이라는 프랑스에서 환수 아닌 대여의 명목으로 가져오는 데도 얼마나 힘이 들었던가. 무엇보다도 최근 일본 우익지도자들의 행태를 보면 불상이 설사 우리 것으로 밝혀져도 순순히 돌려줄 것 같지는 않다. 더욱이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문화재가 2011년 2월 현재 6만5331점이나 일본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기는 하나 역시 돌려주는 것이 온당하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불법 유출의 의심은 있으나 이들 불상이 어떤 경로로 일본으로 갔는지가 불분명하다. 소유권을 이야기하나 장기간 일본 절에서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도 충분한 권원이 된다.

1995년 ‘도난 및 불법 문화재 반환에 관한 유니드로와 협약’에는 50년, 75년이라는 기간이 나오나 백보 양보해서 100년이라고 하더라도 이 기간 내에 문제의 불상이 약탈당했다는 증거는 희박하다. 절도단 중에는 절취의 동기로 애국심을 들먹이는 자도 있는 것 같다. 애국심 운운하는 것을 보니 1911년 일어난 모나리자 도난 사건이 생각난다. 루브르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훔친 ‘페루지아’는 애국심에서 모나리자를 훔친 것이고, 결과적으로 이탈리아가 되찾아온 것뿐이라고 자신의 범행을 호도했다고 한다. 모나리자 사건이나 이번 사건이나 모두 탐욕의 산물일 뿐이며, 애국심 운운은 자신의 범행을 미화하려는 간계에 불과하다.

문화재 환수에 절도가 웬말인가

현재 반환과 관련해서 여러 주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문화재를 돌려받아야겠다는 우리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불상은 역사적으로는 몰라도 표면상은 현재 장물일 뿐이다. 일본과의 문화재 환수 문제는 1965년의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문화재 및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을 넘어 할 이야기가 적지 않다. 자칫 이번 일이 문화재 환수 문제에 관한 논의나 문화 교류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빌미가 될지 두렵다. 그렇게 되면 소탐대실이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문화재 환수에 절도라는 비문화적 행태가 개입돼서는 안 될 일이다. 단서를 붙여서라도 하루빨리 돌려줄 것을 권하고 싶다.

- 국민일보 2013.05.13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7172183&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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