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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복구와 남은 과제

황평우

“숭례문 되찾은 건 큰 경사, 진정한 치유 위해선 복원 과정에 대한 반성 필요하다”

토지 보상에 불만을 품은 또 다른 토건족의 만행 때문에 멍한 가슴으로 5년3개월을 보내야 했던 5000만명이 있었다. 참으로 어이가 없었고, 억장이 무너졌었다.

이제 숭례문은 복구되었다. 지키지 못해 죄인 된 마음이 이제는 기쁘고 다행이다. 그간 마음을 졸이며 복구에 나섰던 복구단, 장인, 정부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무엇보다도 지켜봐주신 시민들이 고맙다. 성금과 나무 기증, 마음으로 기도했던 소중한 분들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아쉬움과 숙제가 남는다. 과연 이번 숭례문 복구로 긴 시간 아팠던 국민의 마음이 치유되었는가?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으며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첫째, 이번 숭례문 복구 과정이 반성과 다짐이 되었는가이다. 소수의 전문가와 행정가들이 참여한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많은 시민과 소통해서 의견을 받아들이고, 일정과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복구 과정이 국민적 축제가 되어야 했다.

둘째, 예산의 적정성과 집행내역이 다른 건축문화재 중건과 비교돼 공개되어야 한다. 숭례문이면 만사형통이라는 공식을 타파해야 하며, 일반인에게 어려운 문화재 공사방식과 예산집행이 쉽게 알려지게 해야 한다. 숭례문 복구예산은 정부 70%, 지자체(서울시와 중구) 30%라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정부가 다 충당했다.

셋째, 전통방식의 재료, 기법, 공구 등에 대해 반성과 다짐이 필요하다. 기와의 경우 강도가 적절한지, 길이는 짧지 않았는지, 가마의 소재지가 옳았는지 등이며 단청의 안료와 아교가 전량 일본산으로 수입했는데 안료 개발은 왜 늦어졌는지도 철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또 대장간에서 만든 전통 공구는 정과 못 정도였는데 정밀한 공구는 왜 만들지 못했는지와 숭례문 대장간에서 만든 공구를 목공과 석공 장인들이 사용한 빈도와 장단점을 연구해 사라져버린 전통 공구를 만들고 보급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넷째, 숭례문 복구의 기준점에 대한 논란은 속히 정리해야 한다. 단청은 조선 초기, 용 그림은 중기, 기단은 고종 시대, 즉 사람으로 치면 무릎부터 서 있고, 조선인의 몸에 엉뚱한 옷을 입힌 것 같은 모습이다.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이해가 필요하다.

다섯째, 방재시스템이다. 첨단 장비와 도구, 인력을 배치했다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운용이다. 숭례문에 불이 났을 때도 당시로는 좋은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했다. 또 숭례문의 방재시스템이 100점이라고 할 때 다른 문화재의 방재시스템은 과연 몇 점일까? 숭례문에 필적하는 방재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어야 한다.

여섯째, 국가지정문화재의 관리를 지금처럼 지자체에 맡겨두어야 하는가이다. 국가지정문화재는 궁과 능, 몇 곳의 관리소를 제외하곤 모두 지자체가 관리한다. 숭례문의 경우도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관리를 못하겠다고 해서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하는 것이다. 지자체가 관리하다 보니 반구대암각화, 풍납토성처럼 보존이 안 되고 있는 것인데 이제부터 국가지정문화재는 정부가 직접 관리토록 하는 제도가 필요할 것이다.

일곱째, 반성과 다짐을 할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불탄 숭례문의 부재를 숭례문 앞에 전시관을 지어 모든 사람들이 보게 하자고 했으나, 정부와 서울시는 예산타령을 하며 포기하고 말았다.

여덟째, 국보에 번호를 존치할 것인가이다. 소중한 국보에 왜 등급을 두면서 1호, 2호, 3호…. 마치 우리사회의 서열지상주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물론 관리번호에 불과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서열로 알고 있다. 문화재는 서열로 중요한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다같이 소중함을 느끼고 보듬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숙한 시민정신이 필요하다. 주변의 작은 문화재도 숭례문의 기와 한 장에 주는 애정과 안타까움만큼 만이라도 사랑하자.


- 국민일보 2013.05.09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7160453&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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