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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틈'] 문화재 등급 낮다고 함부로 할 일 아니다

이호진

지난 주말은 숭례문 소식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숭례문, 대한민국의 얼굴인 국보 1호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직접 본 적도 없지만 '남 남 남대문을 열어라' 하며 친근하게 여겼다. 그만큼 하염없이 불타 무너져 내리던 모습은 국민들에게 충격이었다. 

그로부터 5년 3개월. 정부는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고 방재시스템을 강화하느라 공사비로만 153억 원, 화재 수습 비용을 포함하면 245억 원을 쏟았다. 국민들은 소나무를 직접 기증하기도 하고, 7억 원 넘는 성금을 모아 화답했다. 먹고 사는 일과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숭례문 복구에 국민들의 관심이 이처럼 높았던 이유는 뭘까? 문화재는 역사를 담고 있고, 그 역사가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뿌리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 뿌리를 확인하면서 때론 자긍심을 느끼고, 때로는 교훈으로 삼으며 후세엔 보다 나은 역사를 물려주고자 하기 때문 아니겠는가?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재들도 마찬가지다. 문화재 등급이 낮다고 해서 함부로 할 일은 아니다. 

부산 남산동 가마터를 취재하며 인용했던 부산문화유적분포지도에 따르면 부산엔 1천342개의 문화유적이 있다. 이 중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203곳. 85%에 이르는 나머지 유적은 문화재의 구체적 성격조차 규명 받지 못한 채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으로 분류돼 있을 뿐이다.

'무조건 파헤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제대로 조사하지 못할 바엔 차라리 그냥 땅속에 묻어 두는 것이 훨씬 낫다,' 전문가와 관리 담당 공무원들은 입을 모은다. 매장문화재에 대한 이 같은 수세적 대응의 이유는 뭘까? 정치와 행정의 문화재에 대한 무지, 경제·산업적 개발논리, 사회적으로는 국민들의 무관심이 상호작용한 결과다. 

무한상승작용의 고리를 끊는 일은, 역시 정치·행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마침 문화융성이 국정과제로 채택된 마당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시는 한 입으로 '일상 속 문화'를 강조한다. 시민들의 삶터 주변에도 매장문화재가 널려 있다. 숭례문이나 반구대암각화 같은 '스타 문화재'만 있는 게 아니다. 재벌과 엘리트 체육으로 상징되는 과거의 '한국적 몰아주기 시스템'이 도전받는 시대다. 다양성을 근간으로 하는 문화에서 더 말할 게 있을까?

- 부산일보 2013.05.09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30508000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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