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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년을 견디고 빛낼 숭례문으로 가꾸자

국민일보

성숙한 문화의식 쌓아 도약의 계기 되길

국보 제1호 숭례문이 복구공사를 마치고 내일 마침내 국민들에게 공개된다. 어처구니없는 방화로 훼손됐던 숭례문이 우리 앞에 다시 위용을 드러내는 것은 역사와 문화를 되살렸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중요 무형문화재 보유자를 비롯한 전통 장인들의 철저한 고증과 다양한 조사·연구의 결과 원형을 최대한 살렸다는 점에서 감회가 깊다.

우리나라의 상징과도 같은 문화재를 복구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하나하나 챙기면서 차분하게 일을 추진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문화재 당국의 이해와 장인들 및 전문가 등 참여자들의 열정이 없었더라면 훼손 이전보다 더욱 찬란하고 웅장한 모습의 숭례문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문화재청이 이번 사업의 성격을 ‘복원’이 아닌 ‘복구’로 규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뛰어난 솜씨인 현판 글씨도 일부 바로잡혔으며 타지 않은 자재를 활용했기 때문에 복구라 할 만하다. 일제 강점기에 훼손된 성곽과 지반이 복원되고 용마루 길이도 길어졌다. 홍예 천장의 용 그림을 새로 그리는 과정에서 인공 안료도 전통 안료로 대체했다. 지붕의 기와도 전통 기와로 교체했고 마루도 원래 기록대로 되살렸다. 첨단 레이저 스캔 기술도 동원됐다.

사실 긴 역사적 관점으로 보면 문화재의 완벽한 보존이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처럼 크고 작은 외침이 그치지 않았던 나라에서는 훼손이 불가피하다. 끊임없는 관리와 보수, 재건을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가치를 존속시키는 작업이 중요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 왕릉도 후손들의 정성이 보태져 역사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않았는가.

숭례문을 다시 맞으며 5년 3개월 전 화염에 휩싸여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라의 보물로 정해놓고도 아무나 접근해 불을 지를 수 있을 정도로 문화재 관리에 소홀했던 점은 두고두고 반성해야 한다. 한순간 방화로 600년을 버텨온 국가얼굴이 무너져 내릴 때의 처참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스프링클러 장치와 CCTV를 여러 대 설치했으며, 지붕 적심과 개판 사이에 방염천을 넣어 고온에 견딜 수 있게 했다. 서울시 중구청과 문화재청으로 이원화되어 있었던 관리 주체도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로 통합했으며 관리동을 새로 두고 경비원을 상주토록 했다.

당당한 제 모습으로 돌아온 숭례문은 앞으로 국가 차원에서 보호와 관리에 힘써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모든 국민이 문화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문화재를 우리의 것으로 여기며 아끼는 태도가 문화 발전의 기초가 될 것이다. 면면히 내려온 민족의 정체성을 바로세우기 위해서라도 공동체의 가치가 담긴 문화유산을 소중히 다뤄야 한다. 화재라는 불행을 딛고 다시 태어난 숭례문의 귀환을 거듭 환영한다.

-국민일보 2013.05.03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7141989&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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