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만물상] 빼앗긴 문화재 되찾는 중국

김태익

작년 가을 영국 경매 회사가 중국 청나라 황실에서 쓰던 백옥(白玉) 패(牌) 한 개와 청옥(靑玉) 주전자 한 개를 경매 목록에 올렸다. 1860년 2차 아편전쟁에 참전했던 영국 제67병단 장교가 중국 황제 별장 원명원(圓明園)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중국 국가문물국은 '불법 약탈한 문화재를 경매하는 것은 국제협약 위반일 뿐 아니라 중국 국민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마디했다. 경매 회사는 바로 경매 계획을 취소했다.

▶1860년 10월 베이징에 진격한 영국·프랑스 연합군은 원명원을 쑥밭으로 만들고 탐욕스러운 보물 사냥을 벌였다. 원명원에는 청나라 황금기를 이끈 강희제·옹정제·건륭제가 서화와 골동, 금은 보석을 가득 모아뒀었다. 병사들은 경쟁하듯 보물들을 주머니와 배낭에 쑤셔넣다가 더 좋은 것이 눈에 띄면 먼저 것은 버리고 바꿔 넣었다. 공병들은 도끼로 가구를 부수고 장식으로 붙은 보석을 챙겼다. 이때 약탈된 문화재가 마차로 1000대분, 150만점에 이른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원명원 사건'을 근대사에서 가장 분하고 수치스러운 일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그러면서도 당시 빼앗긴 문화재들을 되찾는 일에는 선뜻 나서지 못했다. 20세기 초엔 혁명과 내전, 제국주의와의 싸움을 겪어야 했고 그 뒤론 먹고사는 일이 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 대국으로 떠오른 요즘엔 달라졌다. 중국은 약탈당한 중국 문화재의 실태 조사단을 미국과 유럽 박물관에 보내 박물관들이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문화재 환수에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09년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프랑스 파리에서 연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 유품 경매였다. 732점에 이르는 이브 생 로랑 소장품 중에 원명원에서 약탈당한 청동 십이지신상(像) 두 점이 끼어 있었다. 중국인들은 '프랑스 제품 불매'를 외치며 분노했지만 경매는 결국 이뤄졌다.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중국은 대규모 '중국 구매단'을 유럽에 보내면서 프랑스는 방문 대상에서 뺐다.

▶크리스티 경매에 올랐던 십이지신상 두 점이 중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한다. 낙찰은 됐지만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이 유물을 소유하게 된 크리스티 회장이 개인적으로 기증하는 형식이다. 한편에선 이번 기증이 최근 중국이 프랑스 에어버스사 항공기 60대, 9조원어치를 사주기로 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기도 한다. 나라가 힘이 없어 빼앗겼던 문화재를 중국은 고개 뻣뻣이 세운 채 '힘'으로 되찾아 가고 있다.

- 조선일보 2013.04.29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4/28/2013042801497.html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