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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떡'과 문화산업

오종남

‘그림의 떡’이란 말이 있다. 그림의 떡이 아무리 먹음직스럽다고 한들 먹을 수 없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적어도 우리가 가난하던 과거에는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주요 국가들이 국가 성장 전략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말 그대로 그림의 떡에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다. 

문화예술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지원 확대를 통해 발전에 힘쓴 국가들은 그림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유명 화가의 그림 한 점이면 온 국민이 떡을 나누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가까운 예로 중국은 개방 이후 문화예술을 전폭적으로 장려한 결과 미술품 거래량과 거래 총액이 세계 미술시장을 압도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의 근현대 화가 중 한 명인 장다첸(張大千)의 한 해 거래액은 5억달러를 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 2만5000명의 연간 소득과 맞먹는 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5위권 국가가 된 것 못지않은 의미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치는 이렇듯 수치화해 비교하면 더욱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온 국민의 노력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우리나라가 이제부터라도 챙겨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문화와 예술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나라 무역 규모가 세계 8위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이 강하다는 의미다. 이것은 우리에게 정말 다행스러운 이야기다. 오늘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선진국들이 사실은 서비스산업에 지나치게 치중한 탓에 그렇다는 분석을 보면 더욱 그렇다. 반면 제조업 경쟁력을 이만큼 키워 온 우리는 이제 제조업의 지속적 발전과 더불어 문화와 예술도 높여 가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문화와 예술이 풍성해진다는 것은 나라의 품격이 올라가고, 나라의 품격이 올라가면 나라 경제도 함께 발전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예술품이 가지는 문화재적 속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문화적 가치로 인정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연적이다. 

우선 기업의 미술품 소비를 촉진시키는 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외국과 같은 경우는 기업의 미술품 구입을 필요경비로 인정해주는 제도가 마련돼 예술품을 통한 기업문화 육성에 힘쓰는 한편 미술시장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외국의 성공 사례를 면밀히 살펴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창의성을 길러주는 예술과 문화가 풍성해질 때 21세기에 필요한 덕목인 창의성도 높아질 수 있다. 

또 문화와 예술 자체가 창의성이 핵심경쟁력인 미술, 영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음악, 미술, 공연 등 다양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한 예로 2011년 현대미술의 중심지에 위치하고,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아시아 작가로는 세 번째로 이우환의 회고전이 열렸다. 이는 그 자체도 하나의 산업일 뿐 아니라 부수적으로 우리나라의 이미지와 우리 상품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와 같이 세계적인 미술가가 배출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미술계 실정은 여전히 안타까운 상황이다. 우리 미술관은 국내 유명 작가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문화예술 작품의 구입이나 기부를 촉진시킬 수 있는 제도 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 미술문화 선진국의 경우 기부 및 기증의 활성화를 통해 미술관을 효과적으로 운영함은 물론 미술관 컬렉션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 그림의 떡은 보기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우리 상품의 이미지와 경쟁력을 높여주는 시대가 됐다.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실질적인 제도를 정비, 공공기관과 기업이 문화예술에 적극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제조업이 문화와 예술을 만나 더욱더 우리 경제를 꽃피우는 21세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한국경제 2013.04.17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3041606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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