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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아카이브는 국가의 유산이자 공공 기록물 국가정책 지원 필요

김달진

아카이브(Archive)라는 용어는 그리스어에 기원을 두며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하나는 영구보존자료를 선별하고 수집하여 보존하는 장소 ‘기관’을 지칭하며, 다른 하나는 그러한 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영구보존의 가치를 인정받아 선별된 ‘보존자료’를 말한다. 사회적으로 아카이브에 관한 논의가 처음 제기된 것은 90년대 중반 인문사회학자들을 중심으로 공공기록물의 체계적인 관리를 요구하며 시작되었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부의 자료가 제대로 이관되지 않고 폐기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몇 년 사이 기록물 관리, 기록관, 자료관, 아카이브와 같은 용어가 대두하고 자료를 보존하는 일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였다. 여러 대학 및 대학원에 기록관리학과가 생겨났고 아키비스트라는 직종이 정착되어가고 있다. 

한국 문화계에도 예술 아카이브를 본격적으로 논의 단계가 활발해져 작년 10월에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20주년 기념학술대회에서 제3부로 <미술사와 미술아카이브>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2월에 한국화랑협회는 <아트아카이브와 한국미술>을 프레스센터에서 각각 세미나를 가졌다.

일반적으로 미술아카이브는 개인 및 미술관련 조직이 수행하는 미술활동의 과정에서 생산되어 관리하는 기록으로서 미술의 역사를 재구성하는데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예술적 학문적 자료이다. 특히 아카이브는 기록물이 생산되고 활용된 맥락을 온전하게 보존해서 특정한 활동이 이루어진 경위와 내력을 소상하게 기록하고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그래서 소장품 성격이 유일성과 원본성이 중요시되며 증거와 정보적 가치가 높다. 이점이 도서, 인쇄물 중심의 도서관 또는 자료실과 아카이브가 크게 구별되는 지점이다.

우리에게 미술아카이브 사례는 1999년에 삼성미술관의 부설로 한국미술기록보존소가 서울 송현동에서 개관되어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2005년 용인으로 이전되고 전문인력이 나오는 등 부침을 겪다가 운영이 부진해졌다.

2005년부터는 아르코미술관의 인사미술공간에서 젊은 작가 포트폴리오, 프로젝트 자료들을 ‘인미공 아카이브’라는 이름으로 자료화 하면서 미술계에 아카이브라는 용어가 확산되었다. 2008년에 근현대디자인박물관과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개관하여 활동한 후 2010년에 아카이브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인 국립예술자료원이 출범하였다. 작년에 한국아트아카이브협회가 모임을 시작했다.

해외에 대표적인 모범사례는 1985년 미국에서 세워진 미국 게티미술연구소는 아카이브 관련조직을 크게 구축과 활용분야로 나누어 소장한 도서와 각종 미술자료를 전문가 및 미술애호가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한 연구소는 수집, 열람서비스, 전시, 교육, 출판, 디지털서비스, 학자 연계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소는 업무에 따라 25여개의 부서를 설치하고 직원수는 200여명이다. 2000년에 설립된 홍콩의 아시아아트아카이브(약칭 AAA)는 아시아 현대미술에 대한 자료를 수집, 보존, 연구하는 비영리기관이다. 이곳은 자료를 디지털화하고 리서치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아시아 각 지역 문화기관과 네트워킹을 형성하며 알려졌다. 아카이브학회로는 1989년에 발족한 일본 도쿄의 일본아트도큐멘테이션학회(약칭 JADS)가 발빠르게 시야를 아시아로 넓혀 미래를 타진하고 있다. 

국내 상황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미술사와 미술아카이브>세미나에서 ‘한국 미술아카이브의 분포 상황 및 수집여건과 과제’을 발표하며 우리나라 미술자료실 및 아카이브 현황을 살펴보았다. 이번 설문조사에 응답한 22개처 기관들은 아카이브 운영에 대한 항목에서 정책적인 지원에 대하여 자료관리 프로그램, 전문 아키비스트의 자문, 아카이브 운영인력 교육, 아카이브 시설, 냉난방 습도조절 설비 등을 요청하여 실행에서의 어려움을 대변하였다.

우리나라는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인천여성비엔날레, 창원조각비엔날레,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세계에서 비엔날레를 가장 많이 개최하는 ‘비엔날레 왕국’이다. 이는 칭찬이 아니라 조롱인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방자치제 시대에 문화행사마져도 경쟁적으로 양산하고 있다. 

이 부끄러운 현상의 ‘짝퉁비엔날레 건설’은 예술정치화와 외형치장에 국민세금을 몇 백억원, 몇 십억원을 지원하며 국민세금을 쏟아붓고 있다. 어느 행사는 명칭을 비엔날레로 바꾸어서 국회의원을 앞세워 국고를 더 타내고 치적으로 내세운다. 이 연례적인 현대미술전시는 화려한 겉모습에 비해 알맹이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부각되어 왔다. 비판 속에서도 비엔날레는 남아있는 작품이나 아카이브도 제대로 없이 미술판에서 피로증후군 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제 미술아카이브는 국가의 유산이고 공공의 기록물이라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정책의 지원이 필요하다. 아카이브 시스템은 그 나라의 문화수준이고 문화적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기록문화에 대한 필요와 가치평가를 강조하며 아카이브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 현대미술의 해외진출이나 최근에 화두인 ‘미술한류’도 새로운 아카이브 시스템과 정확한 정보제공에서 출발하여야 함은 분명한 사실이다. 올바른 미술아카이브 구축은 한국 현대미술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위한 첫걸음인 우리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확보와 위작시비를 줄일 수 있는 당면과제이다.


- 아주경제 2013.04.15
www.ajunews.com/kor/view.jsp?newsId=20130415000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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