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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새 서울시장 공관

김태익

프랑스 파리 시 청사는 호화로운 장식과 주변 146개 동상이 아름답게 어울린 건물이다. 그 앞 광장은 프랑스 대혁명 때 단두대를 세워놓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파리시장 공관은 청사 안에 1000㎡ 크기로 널따랗게 자리 잡고 있었다. 2001년 사회당 베르트랑 들라노에가 파리시장에 당선되면서 시장 공관을 시 공무원 보육시설로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개인 아파트에 계속 살겠다고 했다. 보육시설이 부족해 애를 먹던 파리 시민들은 시장의 결단에 박수를 보냈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집무실 바로 위에 있는 관저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베를린 페르가몬 박물관 근처 건물 5층의 사저에서 산다. 건물 앞에는 경호 인력도 없다. 멀리 떨어진 곳에 경찰차가 한 대 서 있을 뿐이다. 건물 출입문 옆 인터폰 누르는 곳에 붙은 문패엔 'Prof. Dr. Sauer'(자우어 교수)라고 쓰여 있다. 메르켈의 남편 이름이다.


▶국가원수나 한 나라 수도의 시장이 번듯한 공관을 쓰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이 으리으리한 집을 마다하고 스스로 절제하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은 감동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작년 9월 새 서울시 청사에 들어가며 장관급 공직자 집무실의 절반만 한 집무실을 공개했을 때 많은 시민이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박 시장 집무실 책상은 서울 시내 병원이나 학교 같은 곳에서 버린 서랍과 신발장들을 모아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랬던 박 시장과 서울시가 서울 북촌에 마련하기로 한 새 서울시장 공관을 놓고 말이 많다. 서울시는 민속자료 22호인 가회동 '백인제 가(家)'를 141억원에 사 들여 '북촌문화센터'로 사용하려 했다가 얼마 전 새 서울시장 공관으로 용도를 바꿔 리모델링을 추진해 왔다. 혜화동에 있던 옛 시장 공관은 서울 성곽 복원을 위해 허물기로 했다. 대지 2459㎡(743평) 연면적 499㎡(150평)인 '백인제가'를 공관으로 개조하는 데 22억원이 넘게 든다고 한다.

▶마당엔 연못을 파고 정자까지 만든다고 해 문화재 훼손 논란이 일었지만 다행히 서울시가 전문가들 의견을 받아들여 없던 일이 됐다고 한다. '백인제가'는 을사오적 이완용의 외조카인 친일파 한상룡이 1913년 지었다. 신간회 창립 발기인인 민족실업가 최선익을 거쳐 백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집안이 오랫동안 살던 집이다. 새 공관을 꾸미면서 이런 역사의 곡절을 새기고, 시민이 바라는 시장 공관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를 깊이 생각했으면 한다. 

- 조선일보 2013.03.29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3/28/20130328026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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