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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공간’사옥, 공공자산으로 만들려면 …

정재숙

건축가 김수근(1931~86)은 쉰다섯에 타계한, 요즘으로 치면 요절한 예술가다. 지인들에게 고인을 회고해달라고 청하면 열에 아홉 공통된 단어가 ‘멋’이다. “그는 멋을 알던 사내였다”라며 아쉬워한다. 김수근 자신도 멋에 대해 자주 말했는데 그 핵심을 이렇게 요약했다.

 “멋이라는 것은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비인간성을 싫어하는 우리 정신구조를 가리키는 데에도 쓰이고 정밀함보다 친밀감을 앞세우는 우리 본래의 경향을 가리키는 데에도 쓰여요.”

 지난 주말 김수근이 그 멋의 뼈대로 남기고 간 잡지 ‘공간(SPACE)’의 출판권과 저작권이 공간사에서 CNB미디어(대표 황용철)로 넘어갔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1966년 11월 김수근이 손수 창간해 3월호로 544호를 낸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잡지의 운명은 이렇게 순간에 무너졌다. 10억 원대에 이르는 빚과 달마다 제작비 수천 만원이 손실로 남는 현실을 부도를 맞은 ‘공간’의 모기업인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는 이겨내지 못했다. ‘잡지 공간(空間)을 살려야 하는 까닭’(본지 1월 11일 20면)을 새 운영주가 잘 이어가 주길 바랄 뿐이다. 잡지 공간의 47년 역사는 김수근의 ‘멋’론(論)에 있듯이 인간적이며 친밀한 한민족의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데 있었다.

 이제 부도의 여파는 김수근 ‘멋’의 또 다른 뼈대인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공간 사옥으로 넘어가는 듯 보인다. 김성홍 서울시립대 교수가 본지 1월 29일자에서 지적했듯 ‘공간 사옥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창덕궁과 현대그룹 사옥 사이에 숨듯 곱게 숨 쉬고 있는 공간 사옥은 김수근이 생전에 직접 설계한 그의 건축의 뿌리이자 한국 문화계를 두루 매만져 일어서게 한 사랑방이었다. 공간에서 연극 ‘춘풍의 처’를 올렸던 연출가 오태석씨는 “이 공간이 불씨가 있는 곳이니 그 불씨를 절대 꺼트리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김수근문화재단(이사장 박기태)은 최근 건축 아카이브(기록보관소)를 만들어 한국 건축사 정리에 공을 들이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과 문화재급 건축물의 보존에 힘쓰는 문화유산국민신탁 등과 손잡기를 원하고 있다. 그 동안 건축을 건설에 내주고 나 몰라라 했던 문화체육관광부가 건축을 품는 첫 걸음으로 공간사옥의 공공자산 만들기에 나서주면 더 좋지 않을까, 싶지만.


- 중앙일보 2013.03.26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906/11037906.html?c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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