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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유물 복원 작업에 웬 학력 요건

이칠용

 현재 국·공립 박물관 수장고에는 공개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 민족의 국보급 문화재가 엄청난 규모라고 한다. 이 문화재들을 복원해 공개하려면 엄청난 예산과 시일이 소요되는데, 국회나 예산담당 부처 등에서 뒷받침을 해주지 않아 박물관 관계자들도 안타까워하고 있다. 전통 공예계에 수십년간 종사해 오면서 국보급 문화재 복원에 있어서 좀 더 빠르고 실리적인 방법에 대해 생각하던 바를 피력해 본다.

 우선 현재 복원 작업에 참여하는 장인들의 엄격한 자격 요건을 완화할 것을 건의한다. 현재는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나 대학에서 관련 분야를 전공한 경력자들로 국한하고 있다. 그런데 무형문화재는 한 종목(분야)에 겨우 1~3명 내외이며 아직 지정되지 않은 분야도 허다하기 때문에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만으로는 이 일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결론은 쉽게 나온다. 그럼 대학을 나와 관련기관 경력자를 활용하는 문제는 어떨까? 무릇 전통공예기술이란 현장에서 20~30년씩 종사하면서 비법을 배우고 경륜을 쌓아야 하는데, 대학을 졸업한 뒤 어느 세월에 그것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학력 철폐, 고졸 우대' 운운하며 기술자 우대를 정책적으로 내세웠으면서도, 유독 문화재 복원 분야만은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 또한 박물관 소장품은 외부로 반출할 수가 없어서 박물관 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작업을 해야 하기에 진도도 더딜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건비 상승은 물론 복원 지연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실무자들의 말을 옮기자면 '현실적이지 못한 제도상의 '무자격자(?)'들을 활용한다면 소요 경비도 절약할 수 있고, 작업의 진전도 빠르지만, 그렇게 하면 나중에 상급기관의 감사에서 지적받기 때문에 섣불리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한다.

 문화재 복원은 철저한 기술은 물론 경륜과의 싸움이다. 여기에 굳이 학력 요건은 필요 없다고 본다. 문화재청에서 공고한 '2013년도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 신청 안내'를 보면 세부 자격 중에 '문화재 수리 등에 관련 법률 제10조에 문화재 수리기술자 또는 문화재 수리기능자 자격증 소지자'가 있다. 이런 인원이 전국에 2000여명이 넘는다. 대학 나오지 않았어도 현장에서 활동하는 장인들이다. 이들처럼 다양한 전통공예기술 분야에서 활동해 온 인력들이 국보 및 문화재 복원 작업에 적극 동참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란다.

- 조선일보 2013.03.2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3/20/20130320025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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