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일사일언] 버카충, 제곱미터 좀 어떻게 해봐

서현

'버카충'. 벌레 이름이 아니다. '쌍수''불금''멘붕'을 만들어낸 요즘 학생들이 줄여놓은 단어다. 버스카드 충전. 힐난할 필요는 없다. 이들은 '야자'가 일상인 '자사고'를 졸업하고 '자소서'를 써서 '입사관면접'으로 대입에 성공하는 친구들이다.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라는 오랜 교육 목표의 뜨거운 결과물이다. 여배우가 '나 이대 나온 여자야' 했을 때 '이화여자대학교'라고 하지 않았다고 분개하는 사람이 더 이상한 세상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거꾸로 진행되는 일도 있다. 정부가 한 글자 대신 네 글자 계량 단위를 강요하고 있다. 기운차게 짜장면을 비비던 동네 복덕방에서는 인기 최고 아파트 평수를 귀띔해준다. 그러나 우아하게 '자장면'만 주문하던 아나운서는 '삼점삼 제곱미터'당 아파트 분양가 상승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미터법을 쓰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근, 자에 이어 평도 버리겠다는 의지는 이해할 수 있다. 일본도 미터법을 쓴다. 이들은 자기들 발음인 '헤보메다'를 줄여 '헤베'로 부른 역사가 깊다. 그래서 '헤베(㎡)'는 '루베(㎥)'와 함께 수입되어 '제곱미터' 같은 익숙하지 않은 말을 대신해 우리 주변을 계측해주고 있다.

평은 과태료 부과로 사라지지 않는다. 제곱미터의 대안이 되는 줄임말이 없다면 우리는 헤베나 평이라는 단어의 생명력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대책 없이 제곱미터만 강요하는 산자부, 아니 산업자원부 대신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여 버카충을 창조한 중학생들에게 기대를 걸어야겠다. 그전까지 나는 백 평도 안 되는 건물을 설계하며 평당 공사비나 걱정해야겠다. 이제야 떳떳하게 짜장면을 먹으면서.
 

-조선일보 2013.02.06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2/06/2013020600141.html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