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경향마당]국립현대미술관에 바란다

우제길

지난 6월 국립과천현대미술관에서 원로 하종현 화백의 초대전 오픈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한국 실험미술과 추상회화의 산 증인인 만큼 오픈 당일 많은 미술 관계자들과 축하객들로 붐볐다. 덕분에 좋은 전시도 보고 오랜만에 많은 지인들도 만날 수가 있었다.

그런데 필자처럼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가 국립현대미술관에 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크게 마음먹지 않고서는 연중행사가 되기 십상이다. 귀향길에 ‘이제 국립현대미술관을 또 언제 오게 될까’ 반문하면서, 우리들의 미술관이 멀고도 먼 곳이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공간의 거리감을 줄일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간절하다.

 
아주 오래전(2008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한국추상미술 50년전>(1958~2008년)이 개최된 적이 있다. 필자도 초대받아 대표작을 출품했다. 그때 느꼈던 행복감은 지금 떠올려도 새롭다. 44명의 초대작가들 모두 자기만의 독특한 조형적 작품들을 내놓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로서의 자부심을 공유했다. 한국 현대미술의 진정한 기수들을 만나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작품들과 대화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이 정도의 ‘특별한 전시’라면 미술관과의 거리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미술관의 소임은 무엇일까? 촉망받는 작가들도 중요하지만 일차적으로는 우리 미술에 기여한 분들을 기리고 그들의 작품이 갖는 미적 가치를 널리 알리는 곳이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작품의 ‘소장’도 중요하고 ‘전시’도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소위 한국 현대미술의 1세대, 그중에서도 좋은 작업을 한 작가들이 하나둘 우리의 곁을 떠나고 있다. 건재한 분도 있으나 기력이 예전같지 않다. 불멸할 것 같았던 현대회화는 이제 새로운 미술에 그 자리를 내어주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미술관에서의 전시도 미디어아트, 사진, 영상 위주로 이뤄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미술관은 한국 현대미술을 전체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는 장을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현대미술이 어떤 과정을 밟아 현재에 이르렀는지, 그 주인공들은 누구인지를 알리고, 이를 통해 미래의 전망을 획득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국립현대미술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알차고 값진 기획전이 더 많이 열리기를 바라는 사람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거리 탓 않고 국립현대미술관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생겼으면 좋겠다.

- 경향신문 2013.01.0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2311933265&code=990402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