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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손수호] 당인리 발전소의 미래

손수호

세밑의 기쁜 소식은 서울 양화진의 당인리발전소를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미기로 확정됐다는 뉴스였다. 한국중부발전과 마포구, 문화체육관광부가 체결한 ‘문화창작발전소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의 골자는 2016년까지 1조181억원을 들여 지하에 80만㎾급 발전시설을 앉히고, 땅위에는 도서관 박물관 공연장 체육시설이 결합된 문화시설을 짓는다는 것이다.

조감도를 보니 영국 런던 템스 강변의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해 만든 테이트모던 미술관을 흉내 냈다. 발전소 전체 터 11만8000m² 가운데 75%인 8만8350m²를 공원으로 조성해 주민에게 개방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다만 발전시설을 폐기하지 않고 계속 운용한다는 점에서 테이트모던과 다르다.

여기에 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정권이 교체되고 문화부 장관이 무려 7명 바뀌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창동 장관이 처음으로 정책의제로 채택한 공로부터 인정해야겠다. 2004년 6월에 그가 내놓은 ‘창의한국’ 보고서에 ‘당인리 문화발전소’가 등재된 것이다. 이후 먼지 속에 파묻혀 있다가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이명박 후보의 선거공약으로 채택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대통령 공약이라고 해서 일사천리가 아니다. 당사자의 이해가 첨예하게 부닥쳤다. 발전소 측은 도심전력공급을 이유로 대체 부지를 요구했고, 경기도 고양에 있는 서울시 땅을 거론하자 현지 주민들이 화를 냈다. 발전소 측이 ‘지하 발전소, 지상 문화시설’ 안을 내자 당인리 인근 주민들이 위험하다며 반대했다.

이번에 대통령 임기를 코앞에 두고 타결된 내용은 기존의 발전소안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다만 그 사이에 달라진 게 있다. 겨울 한파 때 ‘블랙아웃’을 걱정하면서 전기의 소중함을 알았다는 것이다. 지하 30m 암반 위에 발전시설을 짓겠다는 기술수준도 주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었다. 정부와 사업자, 주민이 합의에 이르는 과정 또한 한결 성숙해졌다.

또 다른 의미는 건축의 방식이다. 당인리발전소는 한국 최초의 발전소다. 대중가요에 등장하는 집단기억의 터전이다. 옛 터전을 밀어버린 자리에 새로 휘황찬란하게 짓는 것이 아니라 옛것을 지키며 또 다른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 굴뚝을 헐지 않고 전망대로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오랜 산고가 있었으니 옥동자를 받을 일만 남았다. 국민일보 칼럼을 통해 아이디어의 씨앗을 뿌린 입장이어서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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