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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전승훈]박근혜 시대의 폴리아티스트

전승훈

최근 발간된 ‘탈냉전사의 인식’(한길사)은 현재 우리 사회의 기원으로 1990년대 초반 옛 소련 해체를 전후로 시작된 ‘탈냉전’과 ‘세계화’를 주목했다. 필자들은 냉전 종식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와 글로벌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했고, 사회적으로는 개인주의가 자리 잡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탈냉전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사회 내부의 이념 대결은 더욱 증폭됐다. 진보와 보수이념이 다양하게 진화하고 세분됐다. 특히 이번 대선은 “좌우 이념 진영 간 총력전”(장훈 중앙대 교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90년대 이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탈냉전 시대의 이념 대결 양상은 문화이슈에서도 첨예하게 부각됐다. 과거사 인식, 언론정책, 예술정책 등을 놓고 전면전을 벌였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단체의 낙하산 인사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정권 실세의 누나, 형수가 예술단체장이 되는가 하면, 전 정권이 임명한 문화계 ‘코드 인사’를 끌어내려다 ‘역(逆)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박근혜, 문재인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성명이 잇따랐다. 공연예술계만 보더라도 박명성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가 박근혜 캠프에서 문화특보로 활약했고, 연출가 이윤택, 기국서, 채승훈 씨 등 연극인 50여 명은 문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또한 캠프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많은 소설가, 시인, 배우 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치인들보다 더욱 선동적인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렇듯 문화계 인사들이 선거에 목숨을 걸게 된 것은 ‘문화권력’의 패권주의 때문이다. 최근 10여 년간 정권에 따라 특정 성향의 예술인들이 점령군처럼 각종 인사와 지원금을 독차지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낙선한 후보 측에 섰던 예술인들은 창작지원금에서 소외돼 고난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박근혜 당선인이 비판했던 ‘무늬만 공모제’의 폐해는 문화계에서 가장 심했다. 문화단체장 인사 때마다 전문성과 예술성보다는, 정권 실세와의 인맥이 화제로 떠오르곤 했다. 학문에 관심 없이 선거판에 기웃거리는 교수를 ‘폴리페서(polifessor)’로 부르듯이, 예술계에도 창작에는 관심이 없고 정치권에 줄을 대 문화권력을 장악하려는 ‘폴리아티스트(poliartist)’가 판을 쳤다.

이제 문화계에서 정치 갈등의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 박 당선인이 롤 모델로 꼽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관용과 통합’의 상징이었다. 그는 개신교(영국 성공회)의 도움으로 여왕에 올랐지만, 자신을 탄압했던 가톨릭에 대한 복수를 하지 않고 ‘종교통합령’을 반포해 대영제국의 기틀을 닦았다.

새해 출범하는 정부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전문 예술인이 인정받고, 창작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으면 한다. 그래야 예술정치꾼이 사라진다. 그제야 예술계에서 언젠가부터 볼 수 없던,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어른’과 미래를 열어나갈 ’신진’이 함께 떠오를 것이다.

 

-동아일보2013.01.02 

http://news.donga.com/3/all/20130101/519900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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