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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헐…덕수궁 돌담길

김정수

덕수궁 돌담길

덕수궁 뒤편 정동극장 옆에 남도추어탕이란 곳이 있다. 어느 기자가 죽기 전에 가봐야 할 탕집 1호로 꼽은 곳이기도 하다. 음식값도 저렴해서 몇십년 째 가끔 몸보신 생각이 나면 찾곤 한다. 외국에서 친구들이 와도 데리고 가선 한국의 탕문화(?)에 대해서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이기도 한다. 지난 주말에도 추어탕이 먹고싶어 덕수궁을 찾았다. 그런데 참으로 요새 젊은이들 표현으로 ‘헐’ 소리가 나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가을 조용히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아름다운 담벼락을 벗 삼아 지난 추억도 되새기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새로운 기운을 느끼고 싶었던 덕수궁 돌담길이 소위 말하는 축제니 행사니 해서 난장이 차려져 있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가수의 커다란 노랫소리, 시립미술관 앞은 행사 천막, 행사 차량의 매캐한 기름 태우는 냄새까지 이리저리 흩날리니 추어탕 먹고 싶은 생각이 싹 달아나 버렸다.

아아 그때 처음 알았다. 내가 가끔 추어탕 집을 찾던 진짜 이유를. 음식도 음식이었지만 천천히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나무들 쳐다보며 여러 가지 생각도 하고, 시립미술관 앞 조각 작품도 슬쩍슬쩍 감상하기 위해서 였다. 또한, 약간은 고즈넉한 분위기의 담벼락을 보며 과거 선조들의 삶의 모습도 상상해 보기도 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스쳐 지나간 날의 흔적, 현재 그리고 미래의 어떤 것들. 뭉뚱그려서 오랜만에 머릿속을 채워주는 또 다른 공기, 분위기 그러한 것들을 어쩌면 먹고 싶어서 오고 싶었었다는 것을 ….

행사는 주 중에도 진행되고 있었다. 이런 행사를 기획한 사람들에게 제발 부탁하고 싶다. 행사를 더 걸맞는 장소에서 하면 어떠냐고. 인사동은 이미 난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경복궁 옆 삼청동까지도. 여기저기 좀 괜찮은 공간만 있으면 난장화 된다. 개인적으론 마지막 남은 서울의 몇 안 남은 진정한 아름다운 속살이라고 생각했던 덕수궁 돌담길마저.기가 찬다.

차 없는 거리 대신 난장의 거리. 떨어지는 나뭇잎, 약간 낡은 돌담,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 지나간 시간이 바람으로 다가와 나뭇잎들을 떨게하고 이런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고 싶었던 사람들에겐 시끄러운 유행가며 여기저기 차려진 난장의 모습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의 감정까지 갖게 만들는지도 모른다. 시끄러운 난장은 서울에 많다. 남대문, 동대문, 명동, 이제는 인사동과 삼청동도 끼워야겠지만 장 볼 사람들은 거기서 장 보게 내버려 둬라, 거기가 물건도 많고 가격도 저렴하니깐. 노래 들을 곳도 많다. 이어폰만 끼면 멋진 음악들을 핸드폰으로도 들을 수 있다. 어떻게 된 게 무슨 팔도 장터니 유기농 장터니 이런저런 행사만 끊임없이 시청 앞 광장을 비롯하여 여기저기서 열리고 인사동 심지어 덕수궁 돌담길에 까지 펼쳐지고 있는지 관계자들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다. 누구를 위한 행사들인지. 그런 행사들이 왜 문화의 거리라는 인사동이나 덕수궁 돌담길이나 이런 곳에서 열려야 하는지. 시끄러운 노래와 함께 왁자지껄해야 그 거리가 문화의 거리라 생각하는지. 

고즈넉이 돌담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온갖 생각들을 뱉어내고 곱씹으며 현재와 과거, 미래를 돌아보고 사유할 수 있는 그런 거리가 어느 순간 저렴한 난장으로 변해버리는 이런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수 있을까. 그대로 두면 어떨까 오랜 시간의 흔적들이 담긴 공간들 거리들. 우리 곁에 있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우리에게 뭔가를 주는데. 거기에 뭘 더 얻으려고 행사판을 벌일까 이미 우리에게 여러 가지 많이 주고 있는데….

더욱더 기가 막힌 건 조용히 걸을 수 없는 그런 행사를 개최하며 시립미술관 앞 행사 센터에는 ‘서울 걷자’라는 커다란 광고판을 세워 놓았다는 사실이다. 이럴 바에는 중간에 차 천천히 조용히 다니고 보행로로 아무 방해 받지 않고 고즈넉이 낙엽 밟으며이 생각 저 생각 하며 걷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제발 이제는 난장을 만들지 말고 가만히 내버려 두기를 간절하게 희망하는 사람이 나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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