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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김미령, 아시아성을 묻고 답하는 큐레이터

김준기


김미령 큐레이터


유럽의 동쪽을 뜻하는 단어 ‘아시아’라는 이름은 허망하기 이를 데 없다. 뭔가 있을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있는, 그 이름 아시아는 우리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 타자에 의해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동북아시아로, 동북아시아에서 동(남북)아시아로, 동아시아에서 범아시아로 확장해가는 지리와 문화 개념을 놓고 근대 이후 새로운 세계질서는 여태까지도 제국과 식민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큐레이터 김미령의 사유와 실천은 바로 이 지점, 그러니까 아시아라는 장을 둘러싼 나와 타자, 중심과 주변의 논리를 넘어서는 데 초점을 맞춘다.

김미령의 관심은 지역과 계급, 국가와 민족 단위의 정체성을 넘어서 우리 주변을 연결하는 예술 공론장을 여는 데 있다. 20년 전 관훈갤러리 큐레이터 일을 시작으로 하여 국내외의 수많은 예술가와 동시대미술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온 그의 외국 활동 근거지는 베이징이었다. 2007년부터 시작한 베이징 생활은 본격적인 개방을 시작한 당시 중국의 분위기와 맞물려 김미령의 눈을 틔워주었다. 아시아는 물론 영미권 미술이 집결하는 베이징 미술 씬에서 도시재생과 생태 의제를 장착한 다국적 예술프로젝트를 펼쳐온 그는 이 시기부터 아시아성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009년 귀국 후 인터알리아에서 활동하며 해외작가 국내전시 유치 등의 활동과 공공미술 프로젝트들을 병행하던 그는 2013년부터 홍콩 파크뷰 그룹의 베이징 파크뷰미술관 전시 총감독(관장대행) 일을 시작했다. 전시뿐만이 아니라 컬렉션과 교육, 학술 등의 일들을 총괄하면서 뮤지움의 조직과 운영, 예산 등 기틀을 만들어가면서 그는 전시기획자에서 뮤지움 프로페셔널로 성장했다. 파크뷰의 이념인 ‘예술과 환경’이라는 모토를 안고, 글로벌 투어 프로그램 <상어와 인류>는 중국국가박물관(베이징), 모나코해양박물관(모나코), 러시아 예카트리나기금회관(모스크바), 파크뷰미술관(싱가포르), 홍콩해사박물관(홍콩) 등으로 이어진 생태예술 지향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이다.

김미령은 관념적인 아시아가 아니라 실전에서 갈고 닦은 현실의 아시아를 볼 수 있는 드문 사람이다. 다양한 영역과 지역을 두루 꿰며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김미령은 생태와 아시아성이라는 의제를 온몸에 담아두었다. 여러 나라 예술가에 초점을 맞추면서 주변부로 취급받아온 아시아미술을 중심으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공감대를 얻어가는 것을 자신의 목표로 삼은 것이다. 아시아의 역사를 기반으로 동시대를 기록하고 해석하는 일, 김미령정신의 핵심이다. 그것은 아시아를 국가 단위의 영역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시간의 축선에서 재해석하여 정신사적인 맥락을 찾아내고, 생태적 가치의 차원에서 새로운 연결지점들을 창출해 내는 길이다.

2023년부터 자하미술관 부관장 일을 시작한 이래 김미령은 한국의 역사와 현실을 기반으로 서사와 형상의 미술을 추구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열릴 중국 전시나 화교 네트워크 연구 등에서 김미령 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성에서 아시아성에 이르는 복잡다단한 정체성의 정치를 그는 예술영역에서 연구와 기획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큐레이터정신과 디렉터 정신을 두루 갖춘 그가 펼쳐나갈 새로운 아시아성은 여전히 일극 체제로 편재한 동시대 세계질서가 겪을 변동과 더불어 무수한 가능성의 선상에 놓여있다.



- 김미령(1972- ) 고려대 불문학과 졸업, 홍익대 예술학과 석사 졸업, 동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 수료. 2005년부터 10년간 관훈갤러리, 아트사이드, 인터알리아 재직 후, 중국 베이징 파크뷰미술관 총감독 역임(2014-2018). 파크뷰미술관의 글로벌 투어 공공미술 프로젝트 <상어와 인류> 총괄. 자하미술관 부관장 재직(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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