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35)김노암, 청년 정신의 큐레이터

김준기


제공: 김노암 ⓒ 촬영: 황우섭 사진가


2세대 대안공간인 아트스페이스휴의 설립자인 김노암은 청년작가 발굴과 지원 사업에 매진했다. 다양한 공적 영역의 발굴과 지원 업무를 통해 그는 늘 청년예술과 함께 해왔다. 2004년 창립 이후 20년 넘게 이어진 그의 대안공간은 화려하게 꽃피었던 1세대 대안공간들의 꽃 진 자리 너머에서 은은한 빛을 발한다. 복합문화예술 플랫폼을 맡아 미술문화의 새로운 플랫폼을 열어낸 것도 김노암 업력의 핵심요소다. 한국메세나협회와 종근당과 아트스페이스휴의 협업으로 꾸준히 운영하는 ‘종근당예술지상’(2012-24)은 예술과 기업의 협업, 회화 분야 플랫폼으로서 우리 미술계에서 손에 꼽을 만큼 귀하고 특기할만한 일이다.

청년작가 동인 그룹 《타임캡슐》(1993-95)과 《독립예술제》 시각예술 프로그램(1999, 예술의전당) 기획 일로 출발한 김노암의 전시기획은 대안공간과 공공기관, 예술프로젝트 영역으로 확장해왔다. 광주비엔날레 전문위원, KT&G 상상마당 전시감독, 세종문화회관 전문위원, 문화역서울284 예술감독, 파주출판문화재단 전문위원, 경기창작허브전문위원, 성균관대 겸임교수, 아트스페이스휴 대표,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예술감독, LG시그니처아트갤러리 예술감독 등 수많은 공적 영역의 아트디렉터 역할을 맡아온 그는 자유로운 사인(私人) 같으면서도 언제나 공적 영역에 서 있는 공인(公人)이다. 예술적 자유와 공공적 이상을 함께 지니고 수용과 성찰의 자세로 임해온 김노암의 길은 이렇듯 반듯하고도 풍요롭다.

김노암은 한국미술계에 전시기획자 정체성이 싹텄던 1990년대 중후반 이후 지금까지 일관된 길을 걸어오며 현장의 기획자 정체성을 이어오는 몇 안되는 큐레이터이다. 김노암은 청년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30년 전 청년 김노암이 첫발을 내디딜 때의 미술과 지금의 미술의 크게 변화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회와 인간의 변화는 미술의 변화를 추동한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자신의 취향과 가치, 이념을 성찰함으로써 시대착오의 상황을 탈피하고자 노력한다. 자신의 안과 밖을 비춰보면서, ‘매 순간 새롭고 젊은 발상과 사유와 관점과 태도’로 실천하는 예술을 찾아 나서는 청년 정신은 큐레이터 김노암정신의 핵심이다.

청년의 길을 걸어온 그에게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중견 작가를 발굴·재발굴하는 일이다. 중년의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듯이 청년작가 발굴과 지원 이후 중년에 이른 작가들에게 상대적으로 소원한 제도와 관행의 맹점을 보완하고자 비평과 기획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그의 새로운 과제다. 20여년간 이어온 아트스페이스휴를 새로운 비전 속에서 재구조화하는 것도 큰 과제다. 나아가 미술문화 진흥을 위한 기관 단체들과의 협력으로 미술계의 새 활력을 만드는 일 또한 그의 미래 구상에 들어있다. 서울문화재단, 공주문화재단, 포항문화재단 등 각 지역 문화재단과 협업으로 미술문화 활성화의 길을 여는 일이다. 기실 문화재단의 활동 가운데 유독 미술영역은 소규모의 공모-지원 사업에 그치고 있는 점을 감안해보면 그의 이러한 행보는 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노암은 큐레이터 정체성과 더불어 디렉터로서도 오랜 활동을 이어왔다. 큐레이터가 조사연구와 기획실행 단위의 일머리를 우선한다면, 디렉터는 큐레이터십의 바탕 위에 실무를 넘어서는 기관 운영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다. 전시를 만들고 담론을 일으키는 일에 매진해온 김노암에게 두 가지 정체성은 하나로 뭉쳐있다. 미술의 내재적 논리에 충실한 미술일꾼일뿐더러 미술기관의 외부 또는 미술계 바깥과 교류하고 협력하면서 일해온 그는 균형과 조화의 큐레이터·디렉터다.



- 김노암(1968- ) 홍익대 회화과 동 대학원 미학 전공. 서울프린지페스티벌(1999-2006), 대안공간 아트스페이스휴(2003-23), 종근당예술지상(2012-24) 등에서 청년작가 발굴지원 사업 운영. 문화역서울284 예술감독 역임. 미술은행 심의위원, 파주 아트벙커 협동조합 2기 이사장, 아트스페이스휴 운영위원.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