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최윤정

경기도 평택 대추리 평화예술마을의 절박한 삶의 현장으로부터 광주 대인시장의 예술현장, 지리산 산청 성심원의 한센인마을과 대구 자갈마당 등에서의 독립큐레이터 활동과 대구미술관과 경기도미술관 그리고 문화비축기지에 이르는 제도공간 큐레이터 활동에 이르기까지 사회와 예술, 현장과 제도를 넘나드는 삶을 살고 있는 최윤정. 그는 바로 지금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그곳, 사회적 의제의 현장에서 출발해 창의와 상상이 넘쳐나는 미술현장으로, 그리고 묵직한 미술제도 영역으로 확장해온 현장의 큐레이터다. 그는 사회와 예술의 상동성을 토대로 예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연대를 모색하고 실천하는 17년 차 큐레이터다.

큐레이터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태도, 윤리적 가치관을 심어준 이 프로젝트들을 통하여 그는 한국 근현대사 안에서 발견한 구체적인 삶과 인간에 대해 천착하는 자신의 경향성을 공고히 다졌다. 공공미술 영역과 공기관에서의 전시기획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해왔지만, 큐레이터 최윤정에게 이 두 사건은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감성과 공감의 영역에서 깨달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대구미술관에서 그가 담당한 기획전 ‘민성’(2012.3.6-7.29)은 서용선, 황창배, 김종학, 박생광 등의 작품 세계를 통하여 그는 전통과 현대의 문제를 민(民)의 관점에서 갈무리하면서 제도기관 종사자로서의 반듯한 큐레이터십을 갖추기 시작했다.

큐레이터로서 최윤정 정신의 핵심은 ‘연구자와 기획자로서의 현장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미술이라는 집을 짓고 그 안에서의 자유를 누리는 큐레이터가 아니라 삶의 현장과 그 시간의 축적인 역사를 토대로 연구하고 연대하여 현장성을 만들고 이어가는 것이다. 그는 지역성과 장소성을 기반으로 한 리서치를 통하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으로부터 삶과 일의 현장성을 구축한다. 삶의 태도와 그로부터 나오는 역사, 여성, 시니어, 장애, 노동, 삶에 대한 이슈들에 촉을 세우고 연구자로서 기획자로서 일을 풀어나가는 그는 천상 인간의 삶에 천착하는 현장의 큐레이터다.

일을 하기 전에 스스로 명분을 세우고, ‘헷갈릴 때는 원칙으로 돌아가라’, ‘지금의 선택이 바로 너다’ 라는 생각으로 원칙을 지키는 것이 그의 태도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고, 손해보는 일이 있어도 길게 보고 자신의 길을 걸어갈 것. 이것이 그의 소신이다. 그는 자신이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가 하는 점보다 자신이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관에서 일할 때도 기관에 묻히지 않고 최윤정으로 사는 것. 속한 곳에 매이는 순간 불필요한 욕망이 솟아 자신만의 특성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경계한다. 미래를 향한 불안함은 그에게 늘 새로운 에너지를 안겨주었다.

그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프로젝트는 대구에서 여성인권센터와 협업한 ‘자갈마당시각예술아카이브_발화, 문장의 외부에 선 행위자들’(2016)과 2014년부터 지리산프로젝트로 인연을 맺어 2017년 진행한 ‘성심원 역사관’(2017) 작업이었다. 현재의 최고 관심사는 문화비축기지의 전시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장소를 특성화하는 프로그램들로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차별화 전략, 시대정신과 문화사 등을 위해 라키비움 전시형식을 지향하고 있으며, 대학연계프로그램, 도서공간 에코라운지 특화프로그램 등 사업과 공간을 두루 살피고 있다. 문화비축기지의 장단가 전략 아래 출발한 탱크예술제(10.13-10.15)가 2회째를 맞아 다양한 협업주체와의 연대로 순항하였다.

- 최윤정(1978- ) 홍익대 국문학과, 서울대 미학 석사, 홍익대 예술학 박사과정. 대추리현장예술아카이브프로젝트 코디네이터(2007), 광주 매개공간미나리 큐레이터·대인예술시장프로젝트 레지던스 팀장(2008-2010), 대구미술관 전시2팀장(2011-2014), 지리산프로젝트 큐레이터(2014-2017) 역임. 2016 9회 이동석 전시기획상 수상, 2017 인천아트플랫폼 8기 입주연구자. 서울시 문화비축기지 큐레이터(2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