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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김진하, 한국 대안공간 1세대 큐레이터

김준기

김진하 나무아트 대표, 제공: 김진하


1980년대 한강미술관 협력기획에서 현재 나무아트 디렉터까지 김진하는 40여 년간 전시기획자로서의 정체성을 만들고 지키며 살아왔다. 큐레이터라는 말이 안착하기 전부터 그는 직업적인 기획자 그룹의 초기 일원으로써 비영리공간 중심으로 우리 미술계의 한 축을 이끌어왔다. 본격적으로 대안공간 활동을 시작한 1989년부터 장익화·이섭과 함께한 나무기획은 나무화랑을 근거지로, ‘타이베이의 바람’, ‘최민화-분홍’ 등 100여 전시를 기획했다.

공공미술과 아트컨설팅에서도 선구적 역할을 한 김진하는 아트컨설팅서울 이사로 일하면서 ‘제1회 도시와 영상전 SEOUL in MEDIA: 1988-2002’를 비롯한 여러 공공 미술 프로젝트 기획과 진행에 참여했다. ‘우리미술연구 소품’을 운영하는 독립전시기획자로서 ‘한국현대목판화 1970-2006: 木印千江之曲’, ‘출판미술로 본 한국 근현대 목판화 1883-2002: 나무거울’ 등 많은 전시를 만들었다. 2009년 이후 지금까지는 나무아트 대표로서 인사동을 굳건히 지키면서 그는 ‘무장지대’,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거대한 뿌리’, ‘한국근현대목판화 100년: 刻印’,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한국현대목판화-항쟁의 증언, 운동의 기억’, ‘故 문영태 추모전: 心象石’, ‘목판대학’, ‘디지털 아카이브: 신학철’ 등 100여 회의 전시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그는 ‘동시대 현실에 미술이 어떻게 독자적인 언어와 형식으로 개입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특히 ‘독자적인 언어와 형식’에 방점을 두었다. 그의 비평과 기획은 예술의 현실 참여에 초점을 맞추면서 동시에 예술의 독자성이라는 균형추를 놓치지 않는 일관성을 지켜왔다. 김보중, 김주호, 김준권, 김진열, 류연복, 박광열, 손기환, 송창, 이상국, 이수종, 이흥덕, 최병민, 안정민, 윤여걸, 이인철, 정비파, 최경선 등의 수많은 작가를 만나 비평과 전시, 출판을 이어왔다. 개인별 다소 편차는 있으나 대체로 1980년대 이후 민중미술과 형상미술의 주역이다. 
‘광화문 미술행동-100일간의 기록’, ‘김상구, 김억, 정원철 등의 오리지널 판화 아티스트북’, ‘정동석, 김진열, 송창, 정복수, 최민화, 최병민, 이태호 등의 화집’ 등 출판 관련 김진하의 업적 또한 일관된 맥락 속에서 지식인으로서의 자기 길을 한결같이 걸어왔음을 증명한다. 미술사가 다수와 이론가, 평론가, 기획자가 좌충우돌하며 세파에 휩쓸려 살아가는 현실에 비춰볼 때 김진하의 삶과 일은 경이로운 업적이다. 

김진하에게 미술은 세상과 대면하는 얼굴이며 눈이고, 호흡이며 후각이자 청각과 같은 감각 기관이며 결국 세상을 향해 발화하는 혀이다. 40여 년을 자신의 감각기관인 미술로 살아온 김진하 정신의 근저에는 ‘미술은 자신의 몸이며 삶’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그의 삶과 일은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체험한 세상과의 소통이며 그 바닥엔 저항정신과 탈중심주의가 있다. 탈권력, 탈자본의 미술을 향한 진정성으로 이어진 저항과 탈주는 김진하 정신의 핵심이다. 그 가운데 자리 잡은 비판주의를 바탕으로 그는 세상의 부조리, 미술권력의 편협함에서 벗어나고 노력하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예술의 사회성이나 정치성을 강조하면서도 예술의 독자성을 강조하는 그는 미술의 사회적 소명을 자신의 삶 속에 온전히 받아 안았다. 광화문미술행동과 목판대학 활동은 비평과 전시의 영역에 머문 그를 사회현장 참여와 소통의 장으로 인도했다. 이제까지 해온 일의 동일선상에서 민중미술과 형상미술, 한국 근현대 목판화 등에 대한 아카이빙과 비평, 전시로 풀어내는 일이 앞으로의 구상에 들어있다. 60대 초반에 이른 김진하는 2023년 현재 한국 미술계를 지키는 가장 핫한 현장 큐레이터 가운데 한 사람이다.

- 김진하(1961- ) 홍익대 서양화과 졸업. 나무기획·나무화랑 디렉터(1990-2000), (사)한국판화미술진흥회 기획이사(2000-09), (주)아트컨설팅서울 연구위원(1996-2003), 우리미술연구소품 소장(2007-11) 역임. 현재 나무아트, 도서출판 나무아트 대표(2009-). 『출판미술로 본 한국 근현대목판화: 나무거울』 (2007, 우리미술연구소)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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