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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범현이, 오월광주의 역사와 현장에서 선 큐레이터

김준기


범현이 오월미술관 관장 © 사진: 황인호


1980년 5월 광주는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변곡점이다. 식민지와 미군정 시대를 지나 분단과 독재의 사슬을 끊은 결정적인 변화는 광주에서 시작되었다. 광주는 1987년에 이뤄낸 민주화 성취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월광주는 1980년에 고정돼 있는 게 아니다.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열흘의 시간이 폭동이 아닌 항쟁으로 정명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이들이 오월광주의 정신을 이어 역사를 정립하고 현장으로 이어내는 일들을 벌여왔다. 오월광주는 그래서 영원히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있다. 큐레이터 범현이의 삶과 일은 오월광주와 맞닿아있다. 81학번인 그는 오월광주를 인생의 화두로 삼으며 청년 시절을 보냈다.

고3 학생으로서 오월을 경험한 그는 자아형성기와 청년으로서 지적 성장기에 만난 국가폭력과 민중항쟁의 의미를 새기며 인간의 존엄과 인생의 무게를 안고 살아왔다. 항쟁과 학살의 양갈래 길을 걸어온 오월광주의 역사정립에 있어 예술은 어떤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지 가늠해보는 일은 광주와 한국사회 전역에서 벌어진 민중미술운동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알 수 있다. 범현이는 1980년대 이후 벌어진 이 장대한 역사의 장을 돌이켜 새우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역사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기획한다. 예술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며, 탐미 영역보다는 삶의 과정에서 만나는 정신문화의 일부라는 생각을 가진 그는 동학에서 제주4.3과 광주5.18을 연결한다.

범현이의 전시기획은 역사와 인문을 두루 꿰뚫는다. 해마다 오월 주제 기획전을 열었다. 홍성담 판화 전시인 ‘전언’, 이준석의 ‘검은방’, 상설전시인 ‘그곳에 내가 있었다’ 등이 그것이다. 동학혁명의 작가 박홍규의 ‘혁명은 순정이다’와‘혼비백산’과 김남주 시인의 서화전도 있다. 최근에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박경훈: 제주4.3, 새김과 그림’ 전시를 객원큐레이터로서 기획한 것 또한 광주를 역사 속에서 재성찰하는 일이었다. 생명사상의 실천가를 재조명한 ‘장일순: 좁쌀 한 알에도 우주가 있다’에서도 그는 과거의 역사를 현재의 것으로 공감하도록 재생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가 운영하는 오월미술관에서는 매달 광주와 한국 현대사의 주요한 화두를 담은 기획전을 개최한다. 큐레이터로서 범현이 정신의 핵심은 오월을 관통한 자신의 운명을 직시하고, 이 길에서 만나는 주체들과 함께 공진화하고자 하는 태도에 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이들을 빛나게 하는 자신의 삶을 달의 뒷면에 비유한다. 소리없이 우리사회의 진보를 만들어나가는 일이다. 미대를 졸업하고, 소설을 쓰면서, 미술평론과 전시기획, 오월미술 아카이빙 활동을 하고 있는 미술인 범현이는 광주의 사회적 활동가이다. 하성흡의 윤상원 열사 연작을 전시로 조직하고 전국 순회전시로 이어낸 그의 힘은 광주오월정신을 역사와 현장으로 소환하여 재생산하려는 큐레이터 범현이의 간절한 열망에서 나왔다.

지적 편력의 넓이와 깊이로 치면 범현이만큼 전방위적인 인물도 드물다. 고등학교 문예반 출신의 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창작기금 및 문학나눔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한 현업 소설가이다. ‘큐레이터 소설가’인 그는 한나 아렌트와 프리모 레비, 고명철, 호미 바바, 에드워드 사이드, 로자 룩셈부르크, 김영현, 오니아나 팔라치, 원동석 그리고 파울로 프리이를 읽으며, 홀로코스트와 제노사이드와 예술과 혁명을 사유한다. 그의 소설은 화가의 삶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국 동시다발 기획전시를 준비하면서, 오월미술 저술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그는 역사와 현장을 두루 꿰는 전시와 책으로 시민과 만나는 준비를 하고 있다. 오월미술 학술연구와 저술, 호남지역 작가발굴, 문학과 미술을 넘나드는 연대와 융합 등 전방위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는 오월광주의 운명을 안고 현재진행형의 삶을 살고 있다.



- 범현이(1962- ) 조선대 미술대학 졸업, 광주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석사과정. 무등일보 신춘문예 등단(2016). 목포문학상 본상 수상(2019). 『글이 된 그림들』(2018), 『여섯번째는 파란』(2020) 출간. 갤러리생각상자 관장(2010-15) 역임. 한국작가회의, 광주전남작가회의, 광주소설가협회, 민족미술협회 회원. 현 광주아트가이드 편집위원, 예술문화연구회 대표, 오월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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