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12)류병학, 다중정체성의 경계인

김준기




류병학이 머무르는 곳은 경계선이다. 그의 사유와 실천은 고급예술과 생활예술, 주류와 비주류, 공공성과 사사성,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선을 넘나든다. 문학비평으로 출발한 그는 미술비평과 출판편집, 공간기획, 전시기획, 공연기획 등으로 활동의 지평을 넓혀왔다. 그는 주류영역에서 활동하면서도 비주류/소수자와 연대해왔다. 예술의 생산과 매개, 비평 영역에 걸쳐 있으며, 시각예술과 시간예술을 겸비하는 그의 활동은 융합의 시대정신을 선도했다. 1980년대 이래 독일 슈트트가르트에 머물던 그는 한국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무렵부터 미술전문지 기고문을 통해서 한국미술계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비평문을 연재했다. 미술평론가 류병학은 금기와 성역을 넘나들며 시대와 장르를 종횡무진했다. 그는 한국미술계의 유명작가들의 구조적인 오류와 한계를 지적하는 격렬한 비평문을 연재했다. 그의 저서 『이우환의 입장들들』은 한국의 고전들과 서양의 근현대철학을 통틀어 수학, 물리, 문학, 철학 등의 관점으로 미술을 꿰뚫은 비평서로 유명하다.


그는 1998년 금호미술관에서 열린 ‘그림보다 액자가 더 좋다’를 기획했다. 그는 방대한 분량의 원고를 실은 도록을 펴내면서 액자를 통해 한국회화사를 재해석했다. 2000년에는 ‘미디어시티서울’ 큐레이터로서 지하철 역사를 전시장소로 지하세계를 꿈꾸는 ‘서브웨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는 이 전시의 부제로 ‘퍼블릭퍼니처(public furniture)’를 제시했는데, 이 개념은 스트리트퍼니처(street furniture)와 공공미술(public art)을 접목한 신조어로서 예술작품과 생활 속의 예술적 요소들이 공존하는 개념이다. 그는 안양 석수시장의 보충-대리공간 스톤앤워터 개관전을 맡아 ‘리빙퍼니처(living furniture)’를 기획했다. ‘퍼블릭퍼니처’가 공공장소에 주목한 반면에 ‘리빙퍼니처’는 사적인 공간에서의 예술적인 오브제들에 주목했다. 10여 평 갤러리에 360여 명의 참여작가, 패션지를 패러디한 도록 등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그는 ‘2006 부산비엔날레’ 바다미술제 예술감독으로서 ‘퍼블릭 퍼니처/리빙 퍼니처’를 기획했고, 해운대 일원에서 공공장소와 사적장소, 작품과 용품 등을 아우르며 매우 실험적인 비엔날레 전시의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었다.


큐레이터 류병학은 굵직하면서도 깨알 같다. 그는 미술관 전시나 국제비엔날레 뿐만 아니라 주목받지 않는 곳의 작은 공간에서도 자신의 맥락을 만들어왔다. 그는 서울 부암동의 소형갤러리인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 서울 충정로의 대안공간 ‘충정각’, 대전 호수돈여고의 ‘홀스톤갤러리’ 등의 공간설립과 전시기획 등을 추진했다. 독립큐레이터로 활동해 왔던 그는 소속큐레이터 활동을 통해 더욱 넓고 깊어졌다. 그는 2009년부터 4년간 아트센터나비에서 고문으로 일하면서 아트센터나비 10주년을 맞아 창립 이래의 활동을 총정리한 전시를 기획하고, 도록 「이것이 미디어아트다!」를 편집했으며, ‘인다프(INDAF)’에서 ‘모바일 아트’를 기획했고, 디지털방송전환을 계기로 ‘디지털퍼니처’를 기획했다. 그의 입체적인 활동은 시각예술 이외에 영화와 총체극으로까지 확장했다. 입체영화 ‘도자기전쟁’(2001)의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을 맡았고 총체극 ‘THE LAST WALL’(대학로예술극장대극장, 2011) 기획, ‘THE LAST WALL BEGINS’(아르코예술극장대극장, 2012) 기획 및 시나리오, 연출 등을 맡았다. 비평과 기획을 한몸에 장착하고 있으며 시각예술과 시간예술의 경계마저도 훌쩍 뛰어넘는 그의 정체성은 확연히 다중적이다.


류병학(1960- )은 독일 슈투트가르트국립예술대학을 졸업했으며. 미디어시티서울 2000 큐레이터, 2006 부산비엔날레 바다미술제 감독, 2010 인천국제디털아트페스티벌 큐레이터, 미술격주간지 <아트레이드(ARTRADE)> 편집주간(2008), 아트센터나비 고문 등 역임하였다. 독일 IG METAL상(1990), 노무현대통령상(2008) 등 수상하였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