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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이영준, 협업과 연대의 네트워커

김준기

컬렉션보다는 기획전시를 중심으로 꾸리는 미술문화공간. 독일이 하면 그 도시를 대표하는 기획전시장인 쿤스트할레(Kunst Halle)고, 한국이 하면 식상한 대관전시장 문화예술회관이다. 아쉽게도 한국의 문화예술회관은 전문인력의 부재로 인해 공공기재로서의 제 몫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성남아트센터 등 몇몇 유수의 공간을 빼고 나면 대다수의 공간들은 전문인력 없이 대관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에 몸담고 있는 이영준의 생각과 실천이 그 의미와 가치를 더해가는 것은 편견과 오해의 현실을 넘어서 수도권 바깥 지역에서 거의 유일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지방도시 문화예술회관을 꾸리면서 전국적인 네트워킹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 화랑, 대안공간 등 대한민국에는 많은 전시공간들이 있다. 하지만 유독 미술인들의 관심 영역 밖에 존재하는 공간이 있다. 바로 문예회관 전시실이다. 전국의 문예회관은 한국문화예술연합회에 가입한 문예회관을 기준으로 하면 174개나 된다. 하지만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고 문예회관 전시실에 전문인력을 두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문예회관 전시실에 관심이 필요한 이유는 광역시·도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미술관의 한계를 보완하는 훌륭한 공간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간에 큐레이터를 배치해 전문적인 공간운영을 한다면 미술을 대중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영준의 전략은 지역성 기반의 전시를 짜임새 있게 운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신진작가 발굴 전시인 ‘뉴페이스인김해’와 원로작가를 재조명하는 ‘아티스트인김해’, 김해출신 작가를 조명하는 ‘김해를 빛낸 예술가’ 등의 연례기획전을 열고 있다. 2007년부터 시작한 연속기획전 ‘한국현대미술의 흐름’은 단색회화, 팝아트, 극사실, 오브제, 미디어, 여성 등을 주제로 한국현대미술의 역사를 짚어나가고 있다.

이 전시는 전국의 여러 큐레이터들이 참가해서 작가추천과 도록집필을 함께하는 협력기획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이처럼 협력큐레이터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자체 기획에서 놓칠 수도 있는 콘텐츠 확보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김해를 그 바깥과 소통하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네트워킹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영준은 활동초기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특유의 포용력으로 협업과 연대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대안적인 전시기획과 공간운영이 그 시작이었다. 그는 1999년에 김성연과 공동기획으로 광안리해변의 ‘사라토가’라는 건물을 이용한 실험미술전을 꾸렸다. 미완인 상태로 24년간 방치돼있던 도심 속 흉물공간에서 미디엄 그룹 전시를 열었다. 14개의 방이라는 부제의 이 전시는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의 개념적 혼성을 기본으로 자연과 인공, 장소성과 뉴미디어, 관조와 참여, 제도와 탈제도 등 다양한 개념이 섞인 실험이었다. 그해부터 이듬해까지 이영준은 부산시립미술관의 큐레이터 이동석과 미국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작가 김성연과 함께 대안공간섬을 만들어 운영했다. 한국의 대안공간역사에 첫발을 내디딘 아름다운 협업이었다. 


이영준 김해문화의전당 전시교육팀장 ⓒ 이영준

그는 1966년 부산출생으로서 부산대 미술학과 학부와 석사과정을 마친 후 같은 학교 예술문화와영상매체협동과정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그는 조현화랑 전시기획자와 대안공간섬 공동디렉터, 부산비엔날레 스탭 등을 거쳐 공공미술문화공간의 큐레이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격의 공간을 두루 경험했다. 또한 작가론이나 전시리뷰 등의 비평은 물론 공공미술과 대안공간, 비엔날레와 화랑과 미술관 등의 미술제도와 정책 등에 관해서도 왕성하게 비평 활동을 해왔다. 10년의 다양한 경험 끝에 그가 자리잡은 곳은 김해이다. 2005년 이래 지금까지 그는 인구 50만의 김해를 거점으로 전국을 두루 엮어내는 협업과 연대의 네트워커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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