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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서진석, 대안 이후의 대안

김준기

서진석 대안공간루프 디렉터 ⓒ 박선영



1999년, 그의 시작은 대안이었다. 2013년, 지금 그가 고민하는 것도 여전히 대안이다. 그의 시작은 눈앞의 대안을 찾는 활동이었으되, 지금의 그는 대안 이후의 대안을 찾고 있다. 대안공간루프 디렉터 서진석. 그가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한국사회에는 대안공간의 개념과 경험이 거의 부재했다. 그간 대안공간루프를 거점으로 활동을 해온 수많은 작가와 큐레이터들이 얼마나 견실하게 자리잡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면 출발 당시의 조촐하고 위태로운 모습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대안공간루프에서 전시를 연 다수의 작가들이 중견예술가로 발돋움했으며, 또한 그와 함께 대안공간루프를 만들어온 다수의 큐레이터들이 기획과 비평, 학술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그는 한국 대안공간 운동의 출발과 전개과정을 이끈 개척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면서 동시에 21세기의 변화하는 사회환경에 맞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위해 눈과 귀를 열고 있는 도전자이다. 

“21세기의 매개공간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아젠다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젝트들을 개발하며, 개방적인 교류 시스템으로 유동적인 조직을 구축하고, 학예연구원의 권한과 책임을 확대하여 순발력 있는 기획력을 갖추며, 시각예술의 범위를 넓혀 장르를 확장하는 대안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그가 말하는 새로움을 집약하는 개념어는 후기매개공간이다. 그가 말하는 후기매개공간의 대안적 기능은 신자유주의 시대 이후 미술시장의 팽창과 국제적인 예술활동 공간의 과잉 등에 따른 미술문화 매개공간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는 일이다. 사회의 변화가 예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하는 그는 다음의 세 가지 방향으로 실행프로젝트의 정책기조를 수립한다. 
첫째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현대미술계에 미치는 영향’이며, 둘째는 ‘후기자본주의가 현대미술계에 미치는 영향’이고, 셋째는 ‘아시아의 경제적 부흥과 함께 제기되어온 현대미술에서 아시아적 가치’이다. 디지털 문명과 후기자본주의의 경제체제, 아시아적 가치, 이 세 가지 변수는 대안 이후의 대안을 찾는 그의 전략과 실행 프로젝트를 만드는 골간이다. 

그의 매력들 가운데 하나는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는 열린 마음이다. 그는 국내외의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하는 연대활동을 토대로 21세기 후기예술 매개공간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것은 전시라는 텍스트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예술체제라는 콘텍스트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점은 전시나 연구 등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대다수 큐레이터들에 비해 상당히 다른 모습인데, 대안공간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그의 장점이기도 하다. 그는 이른바 신진이데올로기에 빠져 특정 세대에만 주목하지 않고, 가까운 과거를 돌아보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그가 다루는 예술의제들 또한 사회정치적 맥락과 더불어 예술의 공공성과 커뮤니티를 향한 고민들도 담겨있다. 큐레이터들의 연대활동과 예술아카이브에 대한 남다른 관심도 남다르다. 예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이처럼 체제론적 성격의 고민을 가지고 실행프로젝트를 만드는 비범함은 큐레이터 서진석의 핵심가치이다. 

서진석은 경원대를 졸업하고, 시카고미술대학원과 필라델피아텍스타일과학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1999년에 대안공간루프를 만들어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비디오아트 페스티벌-Move on Asia’(2004-), ‘미디어 아카이브 네트워크 포럼’
(2006) 등을 조직했고, ‘티라나비엔날레’(2001), ‘리버풀비엔날레’(2010) 등에서 협력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쿤스트할레 뒤쉘도르프, 센트럴이스탄블, 카사아시아, ZKM 등 해외의 미술문화공간에서 전시를 기획했고, 『150아시아현대미술작가』, 『예술과 자본』, 『동양적 은유』 등의 미술 서적들을 기획 및 출판했다. 현재 마포문화재단 이사, A3아시아미술상-포럼 기획위원장, 아시아큐레이터네트워크포럼 위원, 미디어아카이브네트워크포럼 위원 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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