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5)김홍희, 포스트뮤지엄의 도전과 실험

김준기



그의 화두는 포스트뮤지엄이다. 그것은 근대적 패러다임의 미술관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서 출발한다. ‘기존 뮤지엄이 지식권력의 도구이며, 귀족주의, 제국주의, 문화식민주의, 백인남성중심주의 엘리트주의의 온상’이라고 비판과 더불어 ‘대중과 제3세계 소수자, 커뮤니티를 배려하는 새로운 뮤지엄’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유물의 수집, 보존, 연구, 전시 그리고 교육이라는 근대적 개념의 뮤지엄이 20세기 전반기까지 제도적으로 안착한 시기였다면, 이제는 그 너머의 비전을 찾을 시점이다. ‘미술관 컬렉션의 자산가치 보다는 그것의 사회적 의미와 관계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그의 생각은 물질형식으로서의 예술을 넘어선다. 


“포스트뮤지엄은 ‘신자유주의 시대 이후의 탈제도적 뮤지엄’이다. 포스트모던 비평은 중심주의 시각을 넘어 다원주의 시각으로의 변화를 의미하는데, 포스트뮤지엄은 기존 제도의 재생산이 아니라 일종의 저항코드까지 포괄한다. 특히 오브제 중심의 시각문화와 재현 역사를 넘어서는 것이 핵심이다. 포스트뮤지엄 큐레이션은 컬렉션의 물질성보다 개념이나 주제, 관계성에 주목하는 방식이다.”


그의 생각은 탈물질이나 한시성의 미술, 즉 물질기반의 미술만이 아니라 개념으로서의 예술에 주목하는 탈근대적 성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국의 박물관이 근대적 제도로서 제대로 자리 잡았느냐는 질문에 봉착한다. 그러나 근대와 탈근대를 연대기적인 역사개념으로만 이해한다면 전근대와 근대와 탈근대가 공존하는 동시대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서가는 뮤지엄들은 물질형식의 작품수집만이 아니라 비물질적이고 개념적인 동시대의 문화현상을 아카이빙하고 프로모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뮤지엄의 패러다임 전환은 컬렉션과 전시 및 교육 등의 정책수립과 사업추진 양면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동시대의 미술관들이 시각예술이나 시각문화 전반을 다루는 뮤지엄의 일반 목표를 얼마나 충실히 감당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면 매우 난감하다. 지엽적이고 한정적인 미술제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과 인터넷 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역동적으로 변화하면서 진화하고 있는 예술과 시각문화는 근대적 패러다임의 뮤지엄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다. 이미 포스트뮤지엄 논의는 동시대 미술관의 공통 과제이다. 


관장 김홍희로 일해 온 그의 내면에는 큐레이터 김홍희가 있다. 그는 큐레이터십과 디렉터십의 양면을 함께 지녔다. 그는 대중과 새로운 세대의 감성을 따라잡으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미술문화공간을 향해 도전하고 실험해왔다. 그는 신자유주의 비판을 토대로 자본이 주도하지 않는 대안적인 시공간으로서의 탈제도적인 포스트뮤지엄을 꿈꾼다. ‘아름다운 미술관, 착한 미술관, 똑똑한 미술관’이라는 서울시립미술관의 MI(Museum Identity)는 그의 포스트뮤지엄 전략을 함축하고 있다.


이화여대 불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뉴욕과 코펜하겐, 몬트리올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했으며, 홍익대에서 박사를 마쳤다. 1994년의 ‘여성, 그 다름과 힘’은 큐레이터 김홍희의 출발을 널리 알린 역작이다. 이후 광주비엔날레와 베니스비엔날레, 요코하마트리엔날레 등의 국제미술행사에서 큐레이터와 커미셔너, 총감독으로 활동했다. 쌈지스페이스 관장(1998-2008), 경기도미술관장(2006-2010)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대통령 옥관문화훈장(2007), 석주미술상(2003) 등을 수상했으며, 저서와 펴낸 책으로 『굿모닝 미스터 백』(2007), 『페미니즘·비디오·미술』(1998), 『큐레이터 본색』(2012) 등이 있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