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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미술관 작가’가 없는 나라에서의 작가 생활

윤범모


한국 미술계 발전 방안을 위한 Forum


정부 주최의 미술진흥 정책 수립 자문회의 석상. 자신을 창작가라고 소개한 젊은이가 열변을 토한다. 정부의 작가지원 정책의 벽이 너무 높다는 것. 지원 금액도 적고, 그나마 혜택을 받는 과정이나 사후 정산처리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 많은 돈을, 더욱 쉽게, 많은 작가에게 나누어주라는 요구였다. 아, 그래? 정부가 왜 작가들에게 돈을 나누어 주어야 할까.
물론 나는 안다. 오늘의 작가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을. 오죽하면 자살하는 창작 일선의 작가까지 나올까. 역량 있는 작가가 창작의 일선에서 떠나 생존현장에서 신음하고 있다면, 그것은 국가적 손실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현재 미술가의 숫자는 약 4만 명 정도로 헤아리고 있다. 그 가운데 반 정도는 전업 작가이고, 전업 작가 가운데 87% 정도는 프리랜서이다. 그러니까 수입을 보장할 수 없는 취약한 구조라는 의미이다. 미술 분야의 예술 활동 연평균 소득은 614만 원, 하지만 창작비용은 연평균 430만 원이 지출된다. 매년 1만 명도 넘는 미술대학 졸업생이 나오고 있지만 이들의 앞날은 보장할 수 없다. 취업률 운운하지만, 사실 미대 졸업생의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이들 미대 졸업생이 10년 뒤에도 작가 활동을 계속하고 있을 가능성은 20%도 되지 않을 것이다.

창작 일선의 작가들은 열악한 상황에서 인고(忍苦)의 미덕을 감내하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 미술계를 볼 때, 화려한 부분도 없지 않다. 전국에 200 군데가 넘는 미술관이 쏟아내고 있는 숱한 전시들, 정말 화려하다. 연간 1만 3,000천 건 이상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미술시장의 규모도 연간 4,000억 원 수준이다. 게다가 정부의 미술 분야 예산만 해도 매년 증가 추세이면서, 올해의 경우는 1,159억 2,100만 원이다. 일견하여 미술계의 외피는 화려한 듯하다. 하지만 다른 장르와 비교하여 지원금 수혜 혜택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공연, 공예, 문학 분야와 달리 미술 분야는 별도의 진흥법도 없다.

뭔가 화려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하고는 무관하다. 그래서 상대적 박탈감을 더 느낄 수 있는 분위기, 이것이 오늘의 미술계 특히 창작 현장이다. 그래서 작가들은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정부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작가 숫자는 많고, 게다가 효율성 부분을 외면할 수 없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서 선순환의 미술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하여 갖가지 정책이 도출되고 있다. 미술계 일자리 창출이나 미술시장 규모의 확대 등이 그것이다. 더불어 미술관 전시에서 창작지원금 제도의 활성화 등 노력해야 할 부분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왜 그럴까.

작가가 정부 돈 타 쓰려고 작가로 입문했겠는가. 정부 지원금만 노리고 있다면 과연 바람직한 작가가 맞는가.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 이것이 정답이다. 정부의 창작지원금 제도는 일회성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실질적 효과가 크지 않다. 문제는 대한민국 미술계에 ‘미술관 작가(Museum Artist)’가 부재하다는 사실이다. 미술시장에 의존하기보다 치열한 창작성에 더 많은 비중을 둔 작가, 이들은 아무래도 실험적이고, 보다 본격적 대작 중심이고, 장식성을 무시하기 마련이다.
유능하면서 담론 생산하는 작가들에게 미술관은 활동무대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화랑이 아니라 미술관에서 관리하는 작가, 그들이 미술관 작가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같은 공립미술관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한다면 효과가 더 있을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 예산은 1,174억 4,300만 원이다. 이는 미술 분야 전체 예산의 45%에 해당할 정도로 거금이다. 그래서 공립미술관의 체계적 전시 정책과 작품 수집 정책이 중요하다. 개인전에 인색한 한국 미술관의 현실, 반성할 부분이다. 이제 우리도 ‘미술관 작가’를 배출하여 창작환경에 훈훈한 바람을 일으켜야 하리라. 달리 표현한다면, 정부 지원금만이 열악한 창작 현실의 타개책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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