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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한국화가 죽어야 한국화가 산다

윤범모


한국화의 날 제정 선포 & 한국화발전협의회 창립기념식(2017.12.2)


홍콩의 미술품 경매현장. 연말 분위기를 안고 경매현장은 약간 들떠 있었다. 특히 거대한 컨벤션전시센터를 다양한 장르의 미술품으로 장식한 크리스티 경매는 인파로 가득했다. 종류도 다양했지만 물량으로도 압도했다. 중국미술 경매현장을 참관했다. 서울의 경매현장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열기가 넘쳤다. 자오우키(趙無極, 1921-2013)의 초기작 한 점이 올라왔다. 거듭되는 호가 경쟁. 드디어 낙찰가 289억 원! 289억 원이라, 나는 현장에서 이 장면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하기야 중국의 경우, 생존작가도 100억 원대를 돌파한 지 오래되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자오우키 경매 다음 날은 서울옥션의 경매일이었다. 임옥상의 <귀로>(1987)가 2억 원대를 돌파하면서 ‘낙찰 최고가의 기록’을 세운 날이었다. 고암 이응노의 만년 대작 <군상>(1987)이 올라왔다. 다행히(?) 유찰은 면했다. 하지만 낙찰가는 ‘겨우’ 2억 6,000만 원, 그나마 이 낙찰가는 작가의 최고가격으로 기록되었다. 고암 대작, 30억도 아니고 겨우 3억 미만! 이는 우리 미술사의 자존심에 해당하는 문제였다. 파리에서 같이 활동한 중국 출신 자오우키는 300억 원대, 하지만 이응노는 3억 원대 미만, 뭔가 시사하는 바 적지 않았다.



자오우키, 29.01.64, CHRISTIE’S IMAGES LTD. [2018]


우리 미술시장 초기의 경우, 이응노나 김환기의 작품가격은 비슷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 미술시장은 김환기 독무대다. 최고의 경매가격 10위를 선정한다면 특히 그렇다. <고요>(1973)의 경우 65억 5,000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미술시장의 낙찰 최고가이다. 이어 6위까지 그리고 8위와 10위를 김환기 작품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까 10위 안의 다른 작가는 7위 박수근의 <빨래터>(1961, 45억 2,000만 원)와 9위 이중섭의 <황소>(1953, 35억 6,000만 원) 정도이다. 가히 김환기 전성시대라 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인기작품의 경우는 대개 유화작품이다. 우리 미술시장에서 지필묵 문화는 거의 굶어 죽기 직전이다. 30억도 아니고 3억 수준의 이응노가 이 점을 입증하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는가. 물론 서구화 일변도의 우리 사회 탓을 먼저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오늘의 한국사회가 서구 추종주의에 빠져 있다 해도 이른바 ‘동양화’ 몰락은 지나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응노의 경우, 대전과 홍성에 이응노미술관이 있다. 다른 작가에 비해 공립미술관을 가지고 있으니 유리한 입장이다. 이들 미술관에서 전문성을 갖고 ‘고암 프로젝트’를 활성화했다면, 오늘의 상황보다 좋아졌을지 모른다. 이 대목에서 전문성과 사명감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국립현대미술관 같은 ‘국내 유일 국립미술관’에서 체계적으로 미술사 정리 사업을 진행했다면, ‘몰락 한국화’ 현실이 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미술시장은 그렇다 치고 미술사적 평가는 전문기관에서 꾸준히 진행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그건 그렇고, ‘몰락’의 주체는 작가이다. 왜 ‘한국화 몰락’을 자초했는가. 무엇보다 ‘시대정신과의 거리 두기’ 때문이다. 세상은 바뀌고 있는데, 과거지향의 음풍농월(吟風弄月)로 세월을 보냈다면, 어떻게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현실은 현실이다. 특히 국제무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국미술의 자존심을 세워야 한다. 이제 우리 미술품도 ‘수출품’으로 국제무대에서 각광 받아야 한다.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의 중국 현대미술전은 훌륭한 참고자료이다.


근래 ‘한국화의 날’을 제정하고, ‘한국화 발전협의회’라는 조직이 출범했다 한다. 차제에 ‘한국화’의 환골탈태 정신을 기대하고자 한다. 한국화는 우리의 자존심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단순하다. 사즉생(死則生). 한국화가 죽어야 한국화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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