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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강화도 전등사의 현대미술 보듬기

윤범모


전등사 내 정족산 사고 장사각에서 열리는 ‘현대중견작가-성찰’ 전시 전경


강화도 전등사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무엇보다 가람은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성 안에 있다. 게다가 전등사는 4세기 후반 백제에 불교를 전했던 아도화상의 창건 사찰로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최고(最古)라는 별칭이 따르고 있다. 전등사 가람의 뒤쪽에 사고(史庫)가 있다. 바로 ‘정족산 사고’의 현장이다. 여기서 ‘사고’라 함은 무엇을 말하는가. 『조선왕조실록』을 봉안했던 곳, 그러니까 조선의 역사를 보관했던 곳이다.

『조선왕조실록』은 국제무대에서도 보기 어려운 최고의 역사기록이다. 태조(1392)부터 철종(1863)까지 25대 472년의 왕조 역사를 기록한 책, 1,894권의 888책이다. 실록은 복잡하고도 어려운 집필과 편찬 과정을 거쳐, 몇 군데에 나누어 보관해 왔다. 임진왜란 당시 춘추관, 성주, 충주의 보관본은 소실되어 사라졌다. 뒤에 정부는 강화도 같은 섬과 묘향산, 태백산, 오대산 같은 깊은 산에 사고를 지어 실록을 보관했다. 그러다 17세기 인조시대 이후 강화 정족산, 태백산, 적상산, 오대산의 4 사고로 완비하여 보존했다. 하지만 이들 사고도 조선왕조의 패망과 더불어 수난을 당했다. 오대산 사고본은 도쿄로 옮겼다가 지진 피해로 소실되었고, 나머지도 6·25전쟁의 피해를 보아야 했다. 그래서 현재 정족산 사고본은 실록의 실체를 제일 많이 보여주고 있고, 현재 서울대 규장각에 있다. 이들 실록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역사의 현장인 전등사의 정족산 사고에서 현대미술전을 연다면 어떨까. 매우 위력적인 프로젝트이리라. 그것도 종교와 무관한 현대미술 전시, 전등사는 실천의 현장이기도 하다. 그것도 올해 열 번째에 이르렀다. 매년 10월에 만나는 삼랑성역사문화 축제의 하나로 개최되는 연례행사이다. 이 미술전 덕분에 일반인은 (복원) 사고 안에 들어갈 수 있다. 올해의 전시는 ‘성찰(省察)’이라는 주제로 ‘꺾어진 해’를 기념하여, 전등사 대웅전을 소재로 하여 기획되었다. 주제가 있는 전시. 여기에 참여한 작가는 강경구, 공성훈, 권여현, 김기라, 김용철, 김진관, 오원배, 이종구, 이주원, 정복수 등이다. 십인십색으로 각자의 화풍을 소개했다. 과거와 현재의 절묘한 만남이다. 하기야 과거 없는 미래는 없다. 그래서 역사는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

전등사의 이색공간 ‘무설전(無說殿)’은 다목적 공간이다. 전통사찰에서 보기 드문 현대식 감각의 건축이다. 현역작가들이 참여하여 ‘우리 시대의 미술’을 도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상(김영원), 불화(오원배), 인테리어(이정교), 기획(윤범모) 등 기왕의 불사(佛事)와 다른 ‘창작’을 낳았다. 전국 각지의 불사현장은 과거 회귀의 복제판 중심이었다. 시대정신이 누락된 현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설전은 시사하는바 매우 크다. 무설전 안에 ‘서운갤러리’는 계절마다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어떻게 가능할까. 전등사는 매년 개최하는 사고의 현대미술 출품작 전량을 매입했다. 그래서 전등사는 300점에 이르는 현대 미술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미술 사찰’이 되었다. 정말 특기할 만한 일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배경에는 전등사의 회주 장윤 스님의 원력이 남다르기 때문이다(『한겨레신문』, 2017년 10월 17일자 참조).

전등사는 역사의 현장이다. 역사는 미래를 담보할 때, 더욱 빛난다. 정족산 사고의 전등사에서, ‘전등사 현대미술관’ 간판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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