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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올해의 작가상과 사진작가 노순택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은 SBS문화재단과 공동주최로 ‘올해의 작가상’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창작지원금을 받고 ‘공동 개인전’을 개최한 작가는 구동희, 김신일, 노순택, 장지아 4명이다. 이들은 내일의 한국미술을 이끌고 갈 유망주라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하기야 국립미술관 전시장까지 진출하기 위해 이들의 노고는 얼마나 컸을까. 올해의 작가상은 2년 임기의 운영위원회에서 관리한다. 운영위원회는 작가추천위원회를 관리하고, 여기서 추천된 후보작가들의 명단을 작성한다. 이번에도 10명의 후보작가 명단을 만들었다. 하지만 우선순위에 오른 후
보작가라 하여 모두가 작가상의 전시장까지 연결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전시의 성격이 ‘경쟁’구도라는 점이 부담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주목을 받으면서 미술계에서 성장하고 있는 작가의 입장에서 당락을 결정 받아야 하는 경쟁체제는 정말 부담이지 않을 수 없다. 금년에도 몇몇 후보 작가들은 전시 참여를 거절했다. 4명의 작가를 선정하는 과정도 쉽지 않지만, 심사위원단 구성과 전시 개최 이후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하는 경쟁구도, 정말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나는 운영위원장 자격으로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전시방식의 어려움을 절감하기도 했다.


‘무능한 풍경의 젊은 뱀’
시상식이 있던 날, 예고했던 행사시간이 넘어가도 심사는 끝나지 않았다. 국내외에서 참여한 심사위원들끼리의 견해 차이가 매우 컸기 때문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이미 각 작가의 작업장을 방문했고, 미술관 전시장을 살펴보았고, 또 각 작가마다의 작품설명회도 청취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사과정의 치열한 논쟁은 이 상의 엄격성을 반증한다. 과연 현대미술이란 무엇인가. 이같은 질문에 정답은 있기나 한가. 시각에 따라 작가에 대한 평가기준은 다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점은 담론 생산의 가능성을 꼽고 싶다. 올해의 작가상은 우여곡절 끝에 노순택 작가가 선정되었다. 이 상을 제정한 이래 사진작가가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무능한 풍경의 젊은 뱀’, 노순택 전시장의 제목이다. 뭐? 무능한 풍경? 게다가, 젊은 뱀? 이는 무엇인가.

작가의 설명에 의하면, 무능한 풍경은 한국사회의 갈등과 비극의 현장에서 기인한다. 오랜 시간동안 노순택은 사회적 쟁점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갈등의 현장, 그곳은 평택 대추리의 미군기지, 용산 재개발 지역의 참사, 쌍용차 살인해고, 밀양 송전탑 건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사태, 그리고 세월호 참사 현장 등이다. 분쟁과 갈등의 현장에서 노순택은 살아 있는 ‘현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사진작품 속에 고정되어 있는 장면은 언뜻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목숨이 왔다갔다는 현장에서의 기록사진치고는 현장 분
위기와 거리가 있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경우 사진은 과연 진실인가. 어쩌면 ‘무능한 풍경’이지 않은가. ‘젊은 뱀’은 카메라를 의미한다. 사진기 발명 170여 년, 미술사에서 사진은 매우 짧은 장르의 하나이다. 오늘날 카메라 성능은 발달되어 누구나 손쉽게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촬영행위는 더 이상 예술일 수만은 없다. ‘젊은 뱀’이 지니고 있는 특성, 과연 무엇인가.
노순택은 카메라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그의 작품에 담았다. 그래서 그랬을까. 심사평에 의거하면, 노순택은 정치 사회적 이슈를 다루면서 카메라의 본질과 사진작가로서의 존재 의미를 고민하고 성취도 높은 현장의 격렬함에도 불구하고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순택, 무능한 풍경의 젊은 뱀 #P-XIII050101, 2013, Pigment on fine art paper, 100×75.5cm

노순택의 사진은 사진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분쟁의 현장이라는 특성 이외 카메라라는 존재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한다. 이 점이 올해의 작가상이 주는 과외의 소득이다. 노순택이 올해의 작가상 수상작가로 결정된 직후, 어디에선가 한숨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어쩌면 나의 착각일지 모른다. 현장 중심으로 작업하는 작가가 수상작가로 선정되었다는 우려감때문일까. 아닐 것이다. 그동안 ‘국립’ 현대미술관은 현실과 거리가 먼 작품 중심으로 전시사업을 펼쳐왔다. 사람은 현장에서 산다. 현실을 배제하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노순택의 수상은 시사하는 바 적지 않다. 수상작가에게 축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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