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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동양화새천년 2009 한국화의 현대적 변용

박영택

동양화새천년 2009 한국화의 현대적 변용 : 10.6 - 10.11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이번 전시는 예술의 전당 미술관 전관에서 원로·중진작가 초대전을 산수화의 변용, 인물/산수의 변용, 사군자/식물성의 변용, 서체의 변용, 물성, 일상 주제로 분류했고 청년작가는 3층에서 부스로 전시하였다.


동양화 작가들의 대규모 전시였던 동양화새천년’전이 올해로 10년이 됐다. 전시기획을 부탁받은 필자에게 기존에 참여해온 작가들을 중심으로 하되 작가인선의 변화와 이를 포괄할 전시 이슈를 잡는 것이 요구되었다. 진행사정상 약 300여명 가까이 참여하는, 해야 하는 대규모 전시를 통해 특정한 이슈나 주제를 내걸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현재 동양화 작가들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작가들을 선정해 이를 통해 어떤 의미를 찾아보자는 생각을 했다. 주제를 잡고 작가를 찾지 않고 주제 없이 작가로만 생각해본 것이다. 나로서는 어떤 그럴듯한 주제를 내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 전시의 핵심은 좋은 작품에 있다고 본다. 전시는 질에 대한 논의와 평가가 따라야 한다. 솔직히 말해 지난 동양화새천년전은 당대의 중요한 작가들을 최대한 수용하고 선보이는 데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본다. 대다수 전시가 그 질과는 무관한 경력과 활동과 부산한 속도로 가득하다.

우선 지난 10년 동안 이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을 검토하고 약 250여명 정도의 작가를 선별했다. 특별한 이슈나 주제를 내걸지 않는 대신에 현재 동양화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작업세계의 근간을 헤아리고 그것의 근원성을 생각해보는 것으로 잡았다. 우리 전통회화의 세계를 토대 삼아 이를 해석하고 풀어내는 작업, 그리고 풀어내긴 하되 그것이 서구현대미술의 방법론과 조형이론과 접목되는 지점 내지는 다분히 이를 의식한 데서 이루어진 것이 현재 한국 현대동양화라고 생각했기에 그렇다. 전통 산수화, 인물산수화와 사군자, 서예(서체)의 변용 그리고 동양화의 재료 체험을 문제시하는 작업으로 크게 구분해 보았고 원로작가에서 젊은 작가까지의 계보를 촘촘히 그려보고 싶었다. 자의적이고 기계적인 구분이긴 하지만 불가피하게 큰 틀에서 작가들의 작업을 나누었는데 그 기준은 해당 작가들의 전통에 대한 번역과 이해 그리고 그것의 조형화가 어떤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인가라는 개인적인 관심에 기초한다. 이들 작가들의 작업을 보다 보면 우리가 동양화의 전통과 그 ‘현대적 변용’또는 식상하지만, 전통을 무엇이라고 인식하고 있고 그것을 해석하는 틀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도대체‘현대화’한다는 것은 또 무엇인지를 어떻게들 이해하고 있는 지에 대한 이해와 감이 조금 잡힐 것도 같다. 그것이 전시의 핵심이다. 현대동양화는 근대 이후 유입된 서구미술과 지난 전통사회에서 기능하던 이미지 사이에서 나름의 ‘알리바이’를 만들어나가려는 지난한 과정을 보여왔다. 필요하면서도 그것은 심리적 억압이고 불편한 강박을 지닌 과제였다. 미술이 이렇게 공통된 숙제를 열심히 풀어내는 일이 되어버렸다는 것은 우리 미술이 자유롭고 개방적이고 진정한 의미에서 개별적이 되는 길을 옭죄는 일이기도 하다. 작업이 개별적이고 창조적이며 진정한 의미에서 주체적이여야 한다면 무엇보다 자신의 삶이 주체적이 되고 개별적이 되어야만 가능하다. 자신에게 있어 미술이 무엇인지, 동양화작업이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별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림은 바로 그 지점에서 풀린다. 그리고 이는 그만큼 전통회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개별적인 시선으로 그것을 뜯어먹어야 한다는 점이다. 전통과 동양화, 미술에 대한 자신만의 주체적 시각과 해독 행위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서구현대미술에 대한 이해와 해석 역시 그러하다.

이번 전시는 애초 작가인선의 반만 실현되었다. 중요한 작가들 상당수가 빠져버린 아쉬운 전시가 된 것이다. 작가들이 전시참여를 거부했기에 할 수 없었다. 참가비도 있고 여러 사정은 있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큐레이터가 작가 참여를 적극 실현시키지 못한 점은 분명 한계일 것이다. 그들이 부재한 전시는 이미 이 전시가 의도한 바를 실현할 수 없게 되었음을 드러낸다. 부족한 작가는 그래서 기존에 이 전시에 늘 들어오던 작가들로 다시 채우는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전시를 보고나니 오늘날 동양화 작가들의 작업에서는 한 개인의 인성과 취향, 미술에 대한 인식에서 나오는 여운과 맛이 부족해 보인다. 너무 꾸며지고 조형으로만 가공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동양화·전통을 사고하는 틀의 유연성이 부족하고 지나치게 명목론적인 입장에서 정답 같다고 여겨지는 쪽을 물고 있다는 아쉬움이 그렇다. 그런 당위성을 가져다가 저마다 조금씩‘인테리어’를 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대다수 작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좋은 작업들도 많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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