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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행위예술(퍼포먼스) 전시에 영상예술(비디오아트)이 웬 말이냐?

이혁발

 ‘한국 행위예술 50년 기념전’이 성황리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역사를 몸으로 쓰다’전(9.22-2018.1.21)을 보러 즐거운 마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찾았다. 잘 만들어진 전시라는 구전대로 전시 공간연출이 잘 되었다. 좋은 작품을 시원시원하게 배치된 영상으로 보니 좋았다.

 허나 작가 선정이나 작품 선정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행위예술작품전에 행위예술작품이 아닌 다른 형식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획자는 서문에서 “퍼포먼스 작업을 조명한다”고 분명히 적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분류에 의하면 38개 팀 중에서 11개 팀은 행위작품으로 분류할 수 없다고 본다. 그중 9개의 팀은 영상예술이다.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상 받은 작품도 갖다 놨다. 어떻게 비디오아트와 퍼포먼스아트를 구분하지 못하는가?


고이즈미 메이로, <이것이 희극이다>, 2012, 이정희 소장

 김성환의 <진흙 개기> 작품은 퍼포먼스적 요소가 담긴 영상예술, 실험영화이다. 박찬경의 <소년병> 또한 영상작업이고 단편영화이다. 이것은 ‘몸으로 쓴’게 아니라 ‘머리로 쓴’ 것이다. 연출하고 편집된 것이다. 이러한 작업에는 몸이 빠져 있고, 당연히 작가의 몸도 없다. 몸의 행위가 주제인 전시에 몸이 없다. 이런 식의 선정이면 김수자의 <바늘 여인>, 장지아의 <앉아있는 소녀>가 더 적당하다.

 “소리 설치”, “사운드 퍼포먼스” 작가로 소개하며 초대된 임민욱과 삼손 영의 작업도 소리를 이용한 개념적 설치미술 작업이라 봐야 한다. 소리를 이용한 퍼포먼스 작업을 해 온 어어부프로젝트의 백현진, 있다, 소니아 같은 작가들이 앉아야 할 자리다.

 세계의 한 가운데에서 존재를 자각하는 몸짓으로 ‘현존성’을 충족시키며 작업한 잭슨 폴락의 작업을 행위작업이라 칭하지 않는다. 행위예술로 명명될 때에는 행위예술 작업의 요소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일회성, 우연성, 즉흥성, 현장성, 현존성, 실연성, 참여성, 총체성 등의 요소들이 있어야 행위예술로 명명될 수 있다.

백남준, <머리를 위한 선>, 연도미상, 백남준아트센터 소장품 ⓒ백남준스튜디오

 행위예술에서 ‘실연성’은 대단히 중요하다. 반복 훈련된 공연이 아닌 실연은 행위예술의 여러 요소를 동시에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바로 그 순간의 현장, 그 존재의 자각과 동시에 이뤄지는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울림이 예술적 언어가 되고 그 언어가 관람객과 교감 되면 하나의 행위예술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것은 반복연습의 공연작품이나 연출에 의한 퍼포먼스적인 연기가 따라올 수 없는 다른 차원의 것이다.

 남화연의 작업도 행위예술이라 할 수 없다. 기획자의 글에서도 “뮤직비디오의 형식”으로 “유튜브를 통해 유통시키는”이라 적고 있듯이 이 작품은 영상화된 무용일 뿐이다. 이벤트적이고 퍼포먼스적인 무용 작업도 많다. 수백 개의 탁구공이 무대 천정에서 떨어져 내리는 홍승엽의 무용 작업이 떠오른다. 켜 안에 쌀을 담아 흔드는 행위 작업을 보여줬던 김현옥 무용가도 스스로의 작업을 ‘댄스퍼포먼스’라 부른다.

 국제적으로 내놓아도 손색없으며 20년 이상 행위예술 작업을 해오고 있는 역량 있는 국내 작가들이 선정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행위작품이 아닌 작품 선정으로 행위작업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트린다는 것이다. 역사적 기록이 되는 영향력 큰 국립현대미술관의 이런 오류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잘못된 정보·기록오류는 10년 전 낸시랭의 패션쇼 작품, 김아타 작품을 선정하는 것 등등으로 지적되었으나 10년 후에도 이렇게 오류가 반복되었듯이 또 10년 후 기념전에도 오류를 반복할 수 있으므로 공론장에서 반드시 지적하고 넘어가야 한다.


- 이혁발(1963- ) 설치미술가, 예술연구소 육감도 큐레이터. 『행위미술 이야기: 윤진섭과의 대화』(2012, 사문난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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