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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욱진(張旭鎭1917-1990) 고택

최열






1960년 명륜동에는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지금이야 개울은 보이지 않고 울긋불긋 번화함을 넘어 환락가와도 같은 요기가 넘치고 있지만 그 시절엔 대학가였고 그 뒷켠은 고즈넉한 주택가였다. 문득 문득 막걸리집이 옹기종기 모인 골목마다 왁자지껄 하였으되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이라 밤이 깊어지면 침묵조차 어둠으로 빨려들어 음산하기조차 했다.
나는 대개 1982년 무렵부터 이 동네를 어슬렁거렸는데 특별한 인연은 없었지만 바로 그 이웃에 어떤 후배가 화실을 냈기에 밤만 되면 그곳으로 모여 들곤했다. 여지없이 뒷골목 선술집을 거치는데 정말이지 그 땐 장욱진 고택인줄 몰랐다. 안다고 했어도 무슨 수를 낼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건만 다만 혜화동 로터리 한켠에 자리잡은 동양서림만은 가끔 들렀다. 동양서림은 가계에 보탤 요량으로 장욱진 가에서 개설해 경영하였거니와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동네 서점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시세를 견디는 일이 신기해 지나칠 때면 문득 들르고 싶은데 가까이 가보면 장욱진과의 인연을 내세우는 홍보물이 맞이해준다.
장욱진은 이곳 명륜동에서 그리 오래 머물지 않았다. 덕소, 수안보, 신갈을 떠돌았거니와 하지만 명륜동 아니 지금의 대학로는 어쩐지 장욱진의 근거지같다. 그 소박하기 그지 없는 그림 느낌이야 어디에서도 찾을 길 없지만 소탈한 웃음이 어딘가에 숨겨있어 언젠가 은밀하게 들려 올 것만같다. 그래서인가. 한옥 고택 뒷켠 초당인 관어당(觀魚堂)이 지금은 흔적조차 사라져 마치전설 속 동화와도 같지만 내겐 마치 걸어들어가야 할 마을 어귀같이 느껴지니 어쩐일일까.

장욱진(張旭鎭1917-1990)은 동경 제국미술학교를 졸업하고 1948년 신사실파, 1954년 서울대학교 교수로 활동하다가 1960년 학교를 그만두면서 오직 화가의 길을 걸었다. 소탈한 성품과 그대로 소박한 그림이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데 1960년 서울 종로구 명륜동 집을 마련했고 또 이웃에 동양서림을 개설했다. 고택은 흔적조차 없어 단지 그저 그곳이 그터였다고 할뿐이지만 동양서림은 여전하니 지나가면 꼭 들러 시집 한권이라도 구하되 그 책에는‘장욱진의 동양서림에서 구했다’고 써놓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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