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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미술정보 소통의 문제

이재수

'인터넷이 우리 삶에 있어 단순한 도구인가, 아니면 무한한 가능성이 숨어있는 미지의 세계인가'.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많은 학자들의 추론에 의해 사이버문화의 특징이 정리되곤 하였다. 그러나 이젠 낡은 담론으로 밀려난 지 오래이고, 대중들의 생활도구로서 없으면 불편한 삶으로 이어지는 공간이 되었다.

인터넷 초창기. 일간지에는 IT관련 기사나 사이버문화 현상에 대한 자료가 사회면 한쪽 귀퉁이를 메우는 일이 고작이었다. 인터넷 관련 지식이 없는 대중들은 컴퓨터 분야의 전문지식 정도로 인식하고 흘겨 넘기기 일쑤였다. 지금은 사회면이나 경제면 분량과 엇비슷할 정도로 관련 자료들이 넘쳐난다. 사회적 현상을 논의하는 데 있어 인터넷문화와 연결짓지 않으면 객관성까지 의심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사이버문화의 논의 자체는 일상화된 삶을 논의하는 일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미술 분야에도 많은 움직임이 있었다. 미술정보 소통의 문제는 미술인 스스로 책임을 지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때로는 문화권력자의 입장에서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역량까지 요구하기도 하고, 정보의 생산자와 수용자의 입장 사이를 가름하는 중개역할도 필요로 한다.

많은 미술인들이 웹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창작의 완성은 사인(Sign)을 마쳤을 때가 아니고, 최초의 감장자가 나타났을 때가 창작의 완성이다. 웹공간을 이용한 작품 및 작가 홍보는 창작의 완성으로 가는 길이다. 미술인들에게 창작은 개인만이 가지고 있는 전문지식이다. 전문지식은 자신의 고유한 개성을 설득력 있게 내보일 수 있는 능력을 말하기도 한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전문지식이나 정보들은 공론화될 때 그 전문성을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많은 작가들이 창작의 문제를 떠나 인터넷의 특성에 맞는 행보는 그리 많지 않다. 간혹 인터넷에서의 미술활동 자체를 귀찮은 덧가지나 창작활동의 방해요소로 쳐버리는 작가들도 있다. 인터넷 초창기에 기대와 호기심에 찬 의욕들은 간데 없고 실효성이 없다 하여 실망감만 증폭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패착을 슬기롭게 이용할 수 있는 지혜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이다. 문화의 단면을 버리고 전근대적인 사고를 고집한다면 미술활동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다. 붓 한 자루 가지고 작가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골방 안에 숨쉬는 개인의 다양한 사고를 공론화시키고 이를 증명하는 일이 인터넷 시대의 작가 삶이 아닐까.

문화예술 관련 홈페이지는 국제적인 문화경쟁 사업이다. 미술인들이 전문성을 강조한 나머지 감상자와의 괴리감이 더 크게 벌어진다면 경쟁력이 없다. 네티즌들이 미술정보를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높은 장벽처럼 느끼거나, 작가들이 네티즌과 함께 호흡하기를 꺼려한다면 소중한 삶의 단면을 잘라버린 것과도 같다. 감상자의 관심 밖에서 멀어지는 문화컨텐츠는 인터넷 공간에서 사장(死藏)될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서 사장의 의미는 흥미 없는 홈페이지라는 뜻이고, 단순한 정보를 구하기 위한 정도라면 경쟁력 있는 정보로서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작가들의 단순한 홍보성 홈페이지들은 쌍방향성이라는 매체 특성에 적응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미래의 문화정보 산업은 고급 정보를 어떻게 생산하고 유통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 미술정보 제공이 당장 혁혁한 만족도가 찾아오지는 않는 것도 유연성이나 인내심을 쉽게 접기 때문이다. 미술정보는 활용도에 따라 문화상품의 가치가 달라진다. 형식적인 기획에만 머문다면 다수의 문화자본이 사장될 위험이 있다. 사이버문화 특징은 꾸준한 실험과 실험에 의한 결과에 따른 또 다른 도전이다. 정보생산자의 입장에서 실질적인 체험 유입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거대한 인터넷문화 안에서 왜소하고 자신 없는 미술문화는 어울리지 않는다. 문화 전체를 휘감고 돌아가는 태풍의 눈을 노려보며 겨냥할 수 있는 자신감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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