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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예술공원

이영철

번잡했던 유원지, 예술의 손길로 자연이 되다

비토 아콘치-알바루 시자 등
세계적 예술가 건축가들
융합형 공공프로젝트 참여
자연과 인간의 조화 이뤄내

《한국인들이 언제부터 갑자기 ‘광장’을 좋아하게 된 걸까. 국토 전체가 이음매가 없는 ‘무봉탑’처럼 생긴 한반도를 일본이 온통 ‘기’를 잘라버려 망가뜨렸고,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국토를 훼손하고 있다. 그 와중에서 서울의 도심 한복판이 광장의 실험장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는 본디 도시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논하고, 연극을 하던 정주민이 아니라 말을 타고 초원의 들판을 달리던 호방한 유목민이었다.》

피와 살육의 땅을 피해 한반도로 이주해온 후부터 야생의 정원을 거닐며 사색하고 대화하고 격조 있게 풍류를 즐기며 살아 왔다. 몽골 초원에서는 무덤을 땅 위에 만들지 않는다. 그것은 금기다. ‘푸른 하늘’과 맞닿은 대지의 선을 죽이는 것은 ‘천지공심(天地公心)’을 거역하는 중죄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오늘날 한국인들은 경제적 동물이 되어 자연 파괴의 적극적인 주범, 공범, 방관자 그리고 반대자로 살고 있다. 세종로에 세워진 세종대왕의 무겁고 권위적인 동상이 북한산의 스카이라인을 얼마나 훼손하고 있는가.

경기 안양시 안양예술공원은 2005년 안양공공예술 프로젝트(APAP)에 의해 탄생했다. 시작부터 집행위원 전문가들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지구상의 모든 장소는 유일무이하다는 점에서 우리에겐 지리철학이 필요하다. 이미 개발이 진행된 곳에는 막힌 혈을 뚫어야 하는 ‘침술 조경’이란 말이 사용되었고, 그것에 국제적 안목, 다양한 현장 경험 그리고 강한 추진력이 수반되어야 했다.

안양예술공원은 낙후된 안양유원지를 오늘의 투기 상업지역으로 전환시킨 안양시의 돌이킬 수 없는 결정(주민들의 강한 요구와 이에 타협한 관료 조직) 안에서 새 균형점을 모색하기 위해 예술, 건축, 디자인이 깊숙이 개입되었다. 그 장소는 ‘융합형’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국내 최초의 격전지이다. 산과 물과 계곡이 있는 자연 휴양지에 폭포 광장을 만들겠다는 시의 계획과 그 주변의 관변 전문가들과 맞서 ‘광장 반대론’을 펴야 했고, 그 싸움은 지루한 복마전이었다. 관 주도의 행사에서 흔히 발생하는 공무원-전문가의 대립구도 안에는 전문가들 사이의 과열된 경쟁과 조직적인 방해 사건이 개입되곤 한다.

안양예술공원 프로젝트는 비토 아콘치(미국), 알바루 시자(포르투갈), 안드레아 브란치(이탈리아), MVRDV(네덜란드), 구마 겐고(일본), 사미 린탈라(핀란드), 호노레 도(벨기에), 볼프강 빈터(독일) 등 정상급 예술가, 건축가, 디자이너들이 신예 작가들과 함께 1.4km 하천과 그에 인접한 계곡 등산로 일대에 54점의 영구 작품을 남겼다.

주목할 만한 것은 원래 대형 공공화장실로 계획된 터에 시자의 건축이 들어섰다는 점이다. 아시아에서 최초의 시자 건물이 안양유원지에 만들어졌다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다. 그의 건축물은 흔히 ‘건축의 시’로서 칭송된다. 사방이 백색 콘크리트의 벽체로 되어 있고, 실내 전시공간은 높은 천장에 기둥이 없는 셸 구조의 형태, 자연광을 충분히 받아들이면서 외부 풍경을 독특하게 보이도록 창문을 설계하여 전체적으로 건축물은 숭고미를 느끼게 한다.

3명의 젊은 네덜란드 건축가 그룹인 MVRDV는 포스트모던 건축을 끌어가는 팀으로 현재 전 세계 젊은 건축가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이들은 장소의 데이터 분석을 기초로 뜻밖의 상상력과 결합하는 놀라운 감수성을 보인다. 이들은 취지에 공감하여 아주 적은 설계비에 안양의 ‘산타클로스’ 프로젝트를 수락하게 된다.

현재 영구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작품들은 전시관, 전망대, 대나무 사원, 안내 표지물, 벤치, 하천 속의 분수, 숲 속의 테마 전시관(자연영화관, 상상동물원, 숲 속의 회합 장소 등), 전망대와 각종 쉼터, 숲 속 터널, 그늘 시렁(파고라), 주차장, 야외무대, 명상을 위한 조각 등으로 모든 것이 디자인 예술 작품들이다. 그것들은 감상용 야외 조각이 아니라 실제적 사용 가치와 정서적 심미적 기능을 갖고 있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의 장소가 되어 삶의 복지를 위해 예술 프로젝트가 얼마나 중요한지 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있다.

2005년 공원이 문을 연 이후 200만 명이 관람했고 그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의 시장군수, 공무원, 건축가, 미술인, 디자이너, 외국인도 적지 않았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일본 나오시마 지추미술관의 기타카와 프람 관장과 당시 함께 일했던 사람들, 또 일본인 관람객도 많다고 한다.

지역 개발에서 민간인 전문가를 앞세워 안양시의 문화예술과와 도시개발과가 윈윈 전략으로 공동 보조를 취해 행정의 전문성을 높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예산 사용에도 효율성을 배가시켰고 감당하기 어려운 국제행사를 잘 치러냄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쌓아 자신감을 얻는 계기도 되었다. 결국 공무원, 지역 주민과 학생들에게 교육적인 효과도 매우 컸다. APAP는 계속 이어졌고 안양유원지라는 이름은 안양예술공원으로 바뀌었다. 안양시청에는 ‘아트 시티 기획단’이라는 부서가 상설화되었다.

자연은 한 번 손을 대면 회복하기 어렵다. 자연스러운 자연의 모습을 인간의 인위적인 방식으로 개발하여 더 좋은 장소로 만든다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다. 그러나 자연과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정복이 아닌 조화를 통해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은 가능하다. 그리고 장소가 가진 고유한 속성, 자연과 인위성이 조화를 이룬 시간의 흔적을 함부로 제거하지 않아야 한다. 안양예술공원은 자연과 인간의 새로운 조화를 보여준 본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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