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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아티스트의 유럽 아트투어 체험기

원정욱

집사람의 늦깍기 미학공부 덕분에 3차 김달진아트투어를 하게 되었다. 미술과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원으로 일을 하는 내가 유럽아트투어라...... 궁합이 잘 어울리지 않는 듯 한 여행 이지만 가족이 같이 가고 미술도 이해하는게 공감대 형성에도 좋을 것 같아 같이 가기로 하였다. 내 머리 패션은 퍼머를 하였고 안경은 헤리포터 안경처럼 테가 둥근 안경을 쓰고 있었으니 사람들이 나를 보고 예술가로 착각하였을 것이고 평소에 기분좋은 오해를 많이 받아왔다. 같이 여행하시는 분도 처음에는 내가 깨나 작품할동을 하는 예술가로 알았던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나는 짝퉁 아티스트이다. 그래도 아는 만큼 보기 때문에 여행하기 전에 진중권씨가 강의한 서양미술사 EBS강의 20여회 분량을 듣고 유럽여행길에 오르게 되었다.

첫 번째 행선지는 암스테르담에서 렘브란트와 반 고흐 작품을 감상하였다. 별로 아는 바 없기에 왜 이렇게 그렸을까. 왜 사람들은 이사람 그림보고 좋다고 하는가. 내가 그려도 이정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사람들이 괜히 유명세에 깜빡 죽는 것이 아닌가. 그림 감상하면서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그런데 나 자신은 진짜 필이 찌릿한 작품을 하나 만났는데 반 고흐전 옆에 같이 전시된 것으로 이름도 잘모르는 사람이 그린 스켓치를 보았다. 획수로 10번 정도나 터치했을까. ‘Image of God’라는 작품인데 순간 깜짝 놀랐다. 하나님의 형상을 기독교에서는 만들지 말라고 해서 하나님을 그린 그림이 없는데 하나님을 스케치했을 뿐 아니라 내가 보기에도 내가 상상하는 하나님의 이미지와 너무 닮았다.

암스테르담 이후부터는 뮌스터조각프로젝트, 카셀도큐멘타에서 현대예술 작품을 보기 시작했다. 도시에 설치한 예술작품, 숲속에 설치한 예술작품, 전시실의 예술작품 등을 감상하면서 기하학적인 구성, 색채배열의 구성, 순수한 그림, 설치물, 사회적 이슈를 소재화한 작품을 감상했다. 도대체 이런 기하학적인 배경, 색깔들의 배열은 무엇을 의미한단 말인가. 도대체 꿈보다 해몽을 잘 해야하는 현대작품에 배알이 꼴리기 시작했다. 같이 동행한 분 들 중에는 미대교수님들도 많이 계셨고, 작가분들도 계셨고, 미술감상을 좋아하시는 거의 베테랑급의 아트동우회가 있었다. 나 자신은 완전 이방인이고 그런 시점에서 작품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한가지 원칙만 가지고 그림을 보자. 절대 남의 평가에 휘둘리지 말고 솔직하게 작품을 보자는 것이었다.
아니 현대 작품은 우리한테 무얼 가져다준단 말인가? 지적유희, 감성의 엑스터시, 여유있는 자의 여유와 교만.... 뭐 이런 생각이 머리에 가득찼다. 그림전문가이신 분께 질문을 했다. “아니 현대 작품은 왜 이렇죠. 꿈보다 해몽을 잘해야하고 작가는 좀 고상한 척하는 것 같고... 이거 솔직히말해 서비스정신도 없고 교만한 게 현대 예술인 것 같아요” 그 때 그분 대답이 “클래식 음악이 처음부터 들리나요. 많이 들어야 들리지 않나요” 하면서 반문하셨다. 그 때 속으로 글쎄...하면서 그저 나의 미감이 아직 발달안되서 그러는가보다라고 생각했다.

독일 K21미술관에 들어가니까 선풍기를 천정에 매달고 빙빙도는게 아닌가. 참 나 이건 또 뭐야? 하기야 이런 류를 한 두개 본 것도 아니니 새삼스러울 게 없었다. 마침 옆에 젊은 작가분이 있어 비슷한 질문 했다. 그분도 클래식음악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리고 작품을 작가가 그린대로 이해안해도 된다는 논리를 펼칠 때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그림 의도를 알지 못한다면 그리고 전혀 다른 의미로 감상자가 해석을 한다면 이는 감상자의 새로운 창작이지 작가의 작품은 아닌 것이며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라면 작가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했다. 하도 많은 희귀하고 기기묘묘한 작품을 하도 많이 보다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색채만의 배열과 기하학적 구성도 미를 추구할 수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순수작품의 의미는 무엇일까. 미를 발굴해내고 창조해내는데 그 의의가 있지 않나싶었다.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실용예술을 하는 사람의 몫인가 하는 막연한 생각도 해보았다.




또 하나의 즐거움은 알프스의 필라투스 등정이다. 필라투스 정상에서 본 자그마한 교회와 십자가는 작품 그 자체이었다. 젊은이들이 하이킹을 하고 2000m가 되는 그 곳에서 결혼식을 한다니 집사람은 나중에 우리 아들이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와서 결혼식을 해도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알프스 만년설 봉우리인 융프라우보다도 더 멋있던 정경이었다. 또한 알프스의 호텔방은 너무 분위기가 좋았다. 오크재질로 만들어진 것 같은데 색채며 나무재질 등이 알프스 분위기를 너무나 잘 연출하고 있었다.

방문지의 중 아쉬웠던 것은 하이델베르그 방문이다. 이번에는 아트투어라 별로 지역에 대해서 공부를 하지 못하고 일정에 맞추다보니 하이델베르그의 고성을 보게되었는데 그걸 볼게 아니라 칸트, 헤겔이 걸었던 철학자의 산책길을 갔었어야했는데 너무 멀리 떨어진 줄 알고 포기했던 것이 후회막급했다.

여행은 사색하며 배우는 것이다

원래 이방인인 나는 아트투어 도중 작품감상 보다도 전문가 분들과 많은 대화를 갖으려고 생각하였다. 이 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기 때문이었다. ‘여명의 눈동자’를 쓰신 김성종 작가분도 같이 여행에 참석하셔서 즐거운 이야기를 갖게 되었고 취미로 시작하셔서 화랑을 여시는 분, 그리고 하동작가 분하고 포도주, 맥주를 마시며 나누었던 이야기들은 인생의 전혀 다른 각도에서 사시는 풍부한 삶과 철학 등이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부산아트동우회에서 오신 분들은 비전공자로서 베테랑급 수준이셨는데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남편분과 같이하고 싶어도 별로 이해를 못해서 같이 여행을 못한다고 하셨다. 안타까웠다. 나도 그림보고 작품보면 이해를 못하는데 집사람이 그림 구경가자고 하면 무슨 아트감상이냐고 가지 않으려고 할 게 뻔하다. 노래도 클래식을 틀으면 다른 음악이나 틀으라고 했던게 얼마 전까지 나의 모습이다. 하지만 집사람이 자꾸 클래식을 조금씩 틀고 음악회에 가자고 해서 몇 번 따라 다니다 보니 조금씩 눈이 뜨이고 귀가 열리기 시작했다.

남자들이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부분이 여자들에 비해 적은 것은 사실이나 꽉 막힌 것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경제활동에 심신이 지친 남편을 위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조금씩 문화생활의 맛을 보여 주었으면 한다. 집사람은 내가 옷을 직접 고르도록 도와준다.
처음에는 그게 그것 같고 안보이지만 패션잡지를 자꾸 보면서 연구하니 내가 어느 정도 옷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코디하면서 옷을 맞추어 입는 재미도 솔솔하다. 아내들이여 조금만 노력하고 남편의 감각을 살려주시오. 그리하면 남편과 함께 작품과 음악과 패션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같이 나이 들면서 멋진 부부가 될 것을 확신합니다.


봉급생활자인 나로서는 가족 3명이 같이 여행하기에는 재정적 부담이 컸지만 아내가 번역을 하여 번 돈 등을 노잣돈 일부로 하여 정말 풍요로운 여행을 할 수 있어 집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작품도 보면 볼수록 재미가 있었다. 이게 그 때 작가 분들이 이야기 해주시던‘클래식음악도 오래 들어봐야 들리지 않아요’ 하는 이야기가 귓전에 맴돌았다.





여행을 여러 번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이번 여행을 하면서 집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외국여행을 하는 것은 외국을 닮자고 함이 아니고 자기를 발견하기 위한 것이라고. 동감가는 이야기다. 자기뿌리와 역사를 잃어버린 작가는 이류지만 자기를 재발견한 작가는 일류작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종교, 경제, 제도 사회 모든 부분에 서양 중심 및 관점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늘 가슴 아프게 생각해왔다. 열린 마음으로 서양미술을 보지만 내 것을 잃지 않고 내 것에 대한 새로운 창조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여행을 거의 마칠 즈음에 나는 우연히 내 구두 발 밑창을 보게 되었다. 순간 ‘여행’이란 이미지가 떠 올랐다. 그래 이것을 한번 짝퉁 아티스트가 한번 그려보자고 생각하였다. 여행을 통해 한 발자국, 두 발자국...그리고 계속 걸으며 사색하며 배우는 것이 그것이 바로 여행의 묘미이고 인생의 길이라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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