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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충격,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

김환수






김달진아트투어 제4탄 (1)

신선한 충격,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


김달진 미술연구소가 주관하는 11박 12일의 아트투어에 따라 나섰다. 격년제로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5년마다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 그리고 10년마다 개최되는 뮌스터 조각 프로제트가 함께 열리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일행은 모두 37명이었는데 몇 사람을 제외 하고는 작가들이거나 화랑운영자, 미술전문가들이었다. 미술인이 아닌 내가 비싼 외도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으로 시작하였는데 막상 일행들을 보니 그런 생각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를 보고 돌트문트(Dortmund)의 아담한 호텔에서 2박을 한 후 다음 목적지인 카젤(Kassel)로 가는 길에 노이스홀쯔하임(Neuss-Holzheim)과 뒤셀도르프 (Dusseldorf)에 들렸다.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

독일 서북부 뒤셀도르프 근교의 엘프트강(River Erft) 삼각주에 위치한 노이스홀쯔하임 (Neuss-Holtzheim)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홈브로이히 섬 미술관(Museum Insel Hombroich)이 있다. 미술관 이름으로 보면 분명히 섬일 텐데 버스에 실려 낯선 풍경들을 즐기며 온 우리에게는 다리를 건넌 기억도, 또 어떻게 섬에 들어오게 된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나무숲 사이에 자리 잡은 미술관 사무실에서 입장권을 사고 경내에 들어서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믿기지 않는 자연과 풍경에 감탄할 따름이었다.

이 미술관은 수집가이며 부동산 중계인인 칼 하인리히 뮬러(Karl-Heinrich Muller)가 유럽과 아시아에서 수집한 작품들을 보관 전시하기 위해 만든 미술관이다. 약 20만 평방미터의 터에 조경가인 베른할트 콜테(Bernhard Korte)에게 의뢰하여 세잔느가 주창한 ‘자연과 함께하는 예술’을 표방하는 미술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라인강 하류 홍수지역의 늪지와 휘어 늘어진 버드나무들로 울창한 숲과 초지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 속에 에르바인 히어리히(Erwin Heerich)의 미니멀한 조각 형태의 벽돌 건물들이 숨겨져 있었다. 사무실에서 얻은 지도를 들고 숲과 늪지대에 산재해 있는 17개의 조각 같은 건물들을 찾아 나섰다.

사무실과 식당을 뺀 나머지 건물들은 대부분 전시실이었는데 특이한 것은 흰 벽과 나무마루로 되어 있는 전시실 내부가 전기장치 없이 모두 천정으로부터의 자연광이었다. 지키는 사람도, 작가들의 이름이나 작품명도 없다. 보는 이로 하여금 편견과 선입관 없이 자기 나름대로 작품을 감상하게 하고, 작품들은 시대, 역사, 문화 혹은 쟝르에 따라 분류되어 있지도 않은 것 같았다. 캄보디아의 조각이나 중국 한(漢) 대의 인물상 들이 현대회화와 함께 전시되고 있는가 하면 고대 희랍이나 중국, 아랍의 유물들이 현대작품 들과 대화하기도 한다.






흐트러진 들꽃 위로 나비들이 춤추고 새들이 합창하는 초원을 지나기도 하고, 늪지를 누비며 때로 백조나 새끼오리 떼들과 희롱도 하고, 연못에 걸린 나무다리를 건너기도 하면서 ‘자연과 예술의 완전한 합치’를 찬미하며 다음 전시실을 찾아 헤매다 어느 작가의 스튜디오에 당도하였다. 쇠사슬과 로프로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허름한 작업복에 군인들이 쓰는 작업모를 쓴 건장한 노인이 무엇인가 만지고 있었다. 두리번거리고 있으려니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왔다. 서울에서 왔다고 했더니 자기도 가 보았다고 하면서 울타리를 넘어 오라고 손짓하며 문 안쪽에 붙은 신문 기사를 보여준다. 2004년 부산 비엔날레 조각프로젝트에 초대되어 ‘집’ (Das Haus)이라는 작품을 출품했던 독일 조각가 아나톨 헬츠펠트(Anatol Herzfeld)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는 요셉 보이(Joseph Beuys)와 고타르트 그라우브너(Gotthard Graubner)의 수제자이며 Flexus에 참여하기도 했던 유명한 작가이고 이곳에 아나톨 하우스 (Anatol Haus)라고 불리는 작업장과 집을 갖고 있었다.

숲속 오솔길을 다니며 주위와 잘 어울리는 조각들도 만나고, 건물 외벽과 아주 높은 사철나무 담장이 좁은 길을 이루어서 묘하게 길어 보이는 통로를 지나며 다음 건물을 찾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다 돌아본 후, 그곳의 카페테리아에 갔는데 그 곳에서는 모든 것이 유기농 작물로 된 독일농촌의 소박한 점심을 그 많은 관람객에게 대접 하고 있었다. 못 생긴 감자와 여러 종류의 독일 빵에 으깬 감자처럼 보이는 슈말쯔(schmaltz)라는 엉킨 돼지기름을 버터처럼 바르고 쨈을 발라먹었다. 거기다 계란과 야채, 커피의 소찬이었지만 숨겨진 보석처럼 아름다운 자연 속의 미술관을 본 후의 입맛은 더 할 수 없이 좋았다. 출구로 나오는 숲길에는 눈에 익은 칼더(Calder)의 대형 조각과 풀밭에 넓은 원형으로 배열된 아나톨 헬츠펠트의 26개의 녹쓴 철제의자들이 우리들을 배웅해 주었다.

사진 맨 아래 : 인젤 홈브로히 안에 있는 조각가 아나톨 헬츠펠트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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