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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해수욕장이“빛의 화폭”이 될 수 있을까?

김달진

새로운 미술관을 표방한 <부산 바다ㆍ빛 미술관>
광안리해수욕장이“빛의 화폭”이 될 수 있을까?


사실 부산바다ㆍ빛 미술관(Busan New Media Art Museum)은 광안리 야간경관 조명사업이다. 2005년 11월 국제현상 공모를 통해 알 디자인(송정전기소방기술(주), (주)시티인폼, 일커뮤니케이션 컨소시엄)이 제출한 부산바다∙빛 미술관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여 故백남준 씨 등 세계적인 작가 6명의 작품을 영구적인 시설물로 설치하게 된 것이다. 광안리 해수욕장 일대 1.5㎞ 구간에 작품구입 및 설치에 30억원, 기반시설 설치에 10억 원 등 총 40억 원이 투입됐다. 부산시는 광안리 해수욕장과 광안대교 등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경관을 최대한 활용하여 백사장, 수면공간, 그리고 광안대교를 입체적으로 연결하는 3차원 공간의 영상프로그램을 연중무휴 야간에 연출함으로써 아름다운 자연과 빛의 향연이 계속 펼치겠다는 의지이다. 이곳 광안리를 부산의 랜드마크인 광안대교와 매년 여름마다 펼쳐지는 부산바다축제, 그리고 관광객에게 인기 높은 불꽃축제를 통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시키며 바다∙빛 미술관을 준공하여 광안리 해수욕장은 세계적인 야간경관 명소로도 그 이름을 떨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이다.


4월 5일 오후 3시부터 부산광역시청에서 기자간담회는 참여작가 쟝 피레르 레노, 얀 카슬레, 샤를 드모, 심문섭과 감독인 앙리 프랑수아 드바이유 5명이 단상에 올랐고 타계한 백남준, 개인사정으로 제니 홀처가 참석하지 못했다. 작가들이 본인 작품에 대해 각각 설명하고 나중에 질문을 받았다. 어느 학생이 레이노에게 베를린 포츠담광장, 중국 자금성, 파리퐁피두센터광장에 화분을 설치를 했는데 “왜 작은 화분을 크게 키우나?” 라는 질문을 던졌다. “작가는 꿈꾸는 몽상가이다. 크기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 라며 쌩떽쥐뻬리의 어린왕자 이야기를 예를 들었다.





백남준의 유작인 ‘디지테이션 1993’ 광안리 해변 호메르스 호텔 앞에 세워지며 청자촛대 위에 모니터 5대를 세워 등대와 같은 이미지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뉴미디어와 예술, 자연의 만남을 상징한다. 기계의 차가움보다 인간적인 따뜻함이 묻어나는 360도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광안리 바다 중심에서 진두어화(津頭漁火)의 횃불처럼 부산시의 번영과 바다∙빛 미술관의 발전을 염원하여 모든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아우르는 상징적인 등대역할을 한다. 이 작품은 4억 3,000여 만원(작품 값 3억 9,600만원, 설치비 3,500만원)으로 알려졌는데 방탄유리를 씌워 놓았다. 제니 홀처(미국)의 ‘디지털 빛의 메시지는 수영구 문화센터 옥상에서 빔 프로젝트를 백사장쪽으로 쏘며, 삶과 사회에 관한 함축적인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한다. 홀처는 명확한 예술표현을 위해 기존의 회화작업을 접고 문자와 단어를 사용한 ‘텍스트’ 작품이다. 많은 텍스트 속에는 “잠재력이란 실현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적을 무시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다” 글이 읽혀졌다. 글이 원만하게 흘러가 읽혀지지만 어느 순간에는 갑자기 빨라져 읽을 수가 없었다.

쟝 피에르 레노(프랑스)의 ‘생명의 원천’은 지금까지 제작된 작가의 화분 중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작품이라고 내세웠다. 전세계 유명도시에 놓여 있는 화분을 광안리에 놓음으로써 광안리를 세계적 장소와 동격화 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레노는 40년이 넘도록 우리 일상 생활속에서 보이는 오브제를 미술계 안으로 옮겨 놓으며 화분이라는 상징적인 기호를 작가 고유의 강렬한 예술적 상징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얀 카슬레(프랑스)의 ‘은하수바다’ 는 광안리 해변 테마거리 화단에 1,600개의 조명을 설치, 은하수의 빛처럼 광안리를 비추고 녹지공간과 백색파도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광안리 해변을 따라 가로수처럼 설치된 가느다란 가지들의 꼭대기에서 퍼져가는 빛은 마치 파도치는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잔거품의 알레고리와 같은 물보라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거대한 빛 점들이 물살로 황홀경을 자아낸다.


샤를 드모(터어키-프랑스)의‘영상 인터렉티브’는 민락동 광안 해변공원 왼쪽에 세워지며 폐쇄된 공간을 벗어나 야외에 세워진 LED대형 화면을 통해 꾸밈없는 우리의 일상을 보여준다. 영화 예고편의 형식을 차용한 샤를 드모의 <트레일러> 연작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영화들의 예고편이다. 드모는 본 영화에 대한 무한한 상상을 관객의 몫으로 남긴다. 심문섭의 ‘섬으로 가는 길’은 광안리 해수욕장 중앙 해수면에 고사분수 시설을 설치, 새로운 이상을 꿈꾸는 인간의 여정을 이미지로 표현하게 된다. 분수에서는 물을 품어내고 영상이 수면과 모래사장에 자유롭게 드로잉으로 비추어지고 음악이 들려졌다. 바다의 풍요와 부산 시민, 나아가 인류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례적 의미를 포괄하는 것으로 자연과 생명의 원천인 바다를 작품의 무대이자 재료로 삼았다.





앞으로 남은 더 큰 과제
준공행사는 4월5일 호메르시호텔 앞에 꾸며진 행사장에서 오후 7시부터 개식, 경과보고, 유공자 표창 및 참가작가 감사패 전달, 허남식 부산시장의 기념사, 이곳 출신 박형준 국회의원의 축사, 오세훈 서울시장의 축사가 있었다. 오시장은 “미래도시는 문화상품이며 축하를 하러 왔지만 벤치마킹 하러 왔다” 며 축사를 했다. 부산에서 가까운 통영 진의장 시장(서양화가이기도 하다)도 참석했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 대해 부산미술계 일부는 40억 원 프로젝트의 타당성, 부산미술인배제 등으로 불만이 있었다.

부산시는 바다∙빛 미술관이 완료됨에 따라 광안리 해수욕장 일대가 최첨단 멀티미디어 테마파크로 탈바꿈돼 관광명소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도 많다. 세계적인 작가작품이 세워졌다는 것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작품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여 태풍 자연 재해, 파손, 사람에 의한 훼손을 막아야 한다. 이 미술관은 여느 미술관처럼 건물로 이뤄진 것이 아니어서 방어해야 할 영역이 너무 넓다. 작품들에 대한 접근이 쉬워 특히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여름이나 불꽃축제 기간 중에는 훼손 가능성이 클 것이다. 전시된 작품이 시민이나 관광객이 작품을 방해물로 여기지 않도록 주변경관과 전시물의 조화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어느 작가의 작품을 보고 기상상황판인줄 알았다고 했는데, 시설물이 아닌 작품으로 들어나야 한다. 그리고 작품수도 부족해 연차적으로 작품 설치가 늘어야 한다. 작품이 흉물로 변하지 않게 어지러운 간판의 정비, 현란한 빛의 조도 조정 등, 광안리 일대에 문화운동이 일어나 작품과 주위환경이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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