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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 현실화된 건축가의 꿈 - 나오시마 지주미술관

조은정

일본 예술이야기


일본의 세토내해에 자리한 섬 나오시마는 우리나라 남해나 서해에 있는 여느 섬과 다를 바없다. 본토에서 섬으로 가는 길도 별로 화려하지 않고, 섬에 들어서도 그리 눈여겨보만한 풍광도 없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에게 ‘아름다운 섬’으로 회자되는 것은 이 섬이 갖는 특별한 장소와 프로젝트들 때문이다. 그 특별한 장소는 두 미술관인데 하나는 지주(地中)미술관, 다른 하나는 베네세하우스라고 불리는 현대미술관이고 프로젝트는 아트하우스 프로젝트이다.

나오시마는 이전에는 구리광업으로 알려진 곳이었다. 한해 구리 제련의 양이 22만 톤이나 되는 엄청난 곳인데, 이곳을 베네세 그룹의 총수 후쿠다케 소히치로는 자신이 꿈꾸는 문화적인 공간을 실현시킬 적소로 보았다. 18년 동안이나 지속적인 문화공간을 이루는 계획에는 미술관, 호텔, 카페테리아 그리고 장소성을 강조하는 여러 아트 프로젝트들이 포함되어 있다. 섬 전체의 공간은 안도 다다오에 의해 구획되고, 건물이 위치하는데 이 모든 프로젝트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콜렉션으로 이루어진 미술관과 건물 자체가 미술관의 개념으로 이루어진 미술관 그리고 이미 존재하는 공간 안에서 이루어진 미술과 특정 장소에 설치된 미술들로 이루어진 그야말로 섬 전체를 미술관화하는 안이다.




땅속의 지주미술관
특히 이 섬을 기억하게 만드는 장소는 지주미술관인데 말 그대로 땅 속의 미술관이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이루고 싶어하던 땅 밑의 프로젝트가 현실화한 것으로서 관객은 그저 미술관 안으로 진입하는데, 입구가 언덕 위였기에 결과적으로 그것이 땅 속이 되는 셈이다. 강한 인상을 주는 시멘트 벽체와 건축가의 의도된 공간을 경험하는 관객은 그곳이 땅 속인지 아닌조차 구분할 수 없다. 동선은 위로 오르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기 때문에 그곳이 그곳인 듯하여 자칫 길을 잃는 골목길과도 같아 어느 순간 건축가의 의도에 딱 맞춰 갔던 길을 다시 돌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사실 아직까지 지주미술관처럼 강하게 공간에 압도당하고 인간의 행동에 제약을 받는 미술관을 보지 못했다.




입구의 매표소에서부터 철저히 카메라는 거부된다. 공간을 인간으로 몸으로, 눈으로 느끼라는 친절한 배려에 감사하며 나서는 아름다운 길은 커다란 벽에 이르른다. 입구다. 이곳에서부터 하얀옷을 입은 안내원들의 인도에 따라 순서에 따라 관람해 나간다. 작은 입구를 지나며 폐쇄된 공간에서 어둠을 보고, 쏟아져들어오는 빛에 눈을 들어 하늘을 본다. 의도된 공간 안에서 작가의 시선으로 잘려진 하늘을 보고 찢겨진 듯한 벽을 보는데 바로 안도 다다오의 방들이다.

월터 드 마리아의 방은 그 어느 곳보다 넓은 공간으로 이루어졌다. 거대한 흑색의 구에 비치는 하늘과 벽면에 늘어선 금빛나는 수직의 목재 그리고 수많은 계단은 말 그대로 고대의 신전을 연상시킨다. 예술의 규격화와 아성화에 대한 작가의 비판은 사라지고 작품 자체가 신성한 공간을 이루는 엄숙한 신전의 모습으로 낯선 월터 드 마리아를 만난다. 제임스 터렐의 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신을 벗고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밝아오는 새벽과 같은 그 빛을 느껴보고, 모네의 방에 이르른다. 미술관의 소장품과 임대한 한 작품으로 전체 다섯 점이 전시되는 방안 중앙에는 ‘수련’이 걸려 있다. 형태가 사라지고 색과 스트로크만 가득한 만년의 모네를 만나기 위해 역시 신을 벗고 카라라에서 공수한 모를 죽인 작은 사각형의 대리석이 깔린 백색의 방에 들어선다. 그리고는 새삼스레 인식한다. 아무리 작품을 위한 공간일지라도 지나친 간섭은 감옥과 같음을, 그리고 진정한 작품은 감옥에서도 여전히 그 위대한 아름다움을 잃지 않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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