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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속 아프리카

오현금

“아프리카”는 조금은 생소하고 조금은 우리와 떨어진 세상을 지칭하는 것 같지만, 나에게는 아주 친한 친구의 이름처럼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며칠 동안의 이집트 여행이 아프리카를 본 전부이지만, 파리 유학시절의 아이 친구들, 그리고 나의 친구들 덕분에, 또한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아프리카․오세아니아 박물관을 놀이터 삼아 늘 다녔기 때문에 친근한 것 같다.
작품 보러 다니는 습관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오늘도 일터인 인사동에 나왔고, 잠시 시간을 내어 혼자 근처 화랑을 찾았다.
‘아프리카 미술- 인간을 묻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어쩌면 넓은 아프리카 대륙의 곳곳에서 이런 조각품들을, 회화 작품들을, 타피스리를 갖고 올 수 있었는지. 1, 2층을 꽉 채운 작품 숫자에 놀랐고, 개인 수집가의 소장품이라 더욱 놀라웠다. 스페인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대학에서 문학철학과 인간학을 강의하시는 분이 모으셨다니 분명 어떤 사연이 있으리라 짐작된다.

1989년부터 아프리카 오지인 중서부를 매년 다니면서 수집한 회화와 조각 중에서 이번에는 조각 150점, 회화 15점 정도가 전시되어 있는데, 그 중에는 세계대백과 사전에서 보던 카메룬 바문족 잔 조각을 비롯하여 세계의 이름 있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 높은 작품들도 있다. 조각들은 대부분 1920년부터 196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조각 하나하나에 아프리카 인들의 정신을 엿 볼 수 있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신을 하나로 묶음과 동시에 조화를 나타내는 조각, 소중한 생명의 잉태를 기다리며 손으로 배를 받히고 있는 조각, 그리고 타인과 내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누군가를 위하여 사용하려고 한쪽 손을 펼치고, 누군가를 받아들이기 위하여 또 다른 한쪽 손을 펼친 희생과 관용을 뜻하는 조각 등 그 의미들은 여기서 다 언급 할 수 없을 것 같다.






조각품과 마찬가지로 회화에서도 아프리카의 조형미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기하학적인 선이며, 아프리카 특유의 색채, 평면회화 속에서도 입체가 보이며 세련된 큐비즘이 바로 거기에 있다. 아프리카의 현대 회화를 이렇게 볼 수 있는 건 아마 처음이 아닐지.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노라면 자코메티가, 피카소가, 마티스가, 칸딘스키가, 고갱이 마구 중첩되어 나타난다.
선들이 만나 면을 만들고 색채가 입혀져 평면의 회화 작품이 되고, 회화 속에 있는 선들이 공간으로 튀어나와 입체의 조각이 되었다. 예술의 각 장르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입증해주듯 아프리카의 음악과 춤도, 회화와 조각 속에서 느낄 수 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나무껍질로 만든 천으로 만든 작품이다. 천위에 덧대고 꿰매고 구성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현대적 작업을 보고 다시 한 번 감탄 할 수밖에 없다.

문화의 차이는 언어에서도 나타나고 예술품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무지개는 일곱 색깔을 띠고 있다고 배워서 그렇게 보려고 노력하지만, 무지개 색을 두 개로 보는 문화권도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는 문화권을 초월한 공동의 삶도 있지만, 각각의 다름도 있다. 이 모두를 인정하면서 이번 여름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문화권의 사람들을 이해하도록 해준 수집가에게 감사하며, 가까운 전시장에 자주 들려야겠다. 아프리카 전문 박물관이 생겨 이 소중한 먼 이웃의 삶을 언제든지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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