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2005년 미술계 전망과 기대

정준모

■ 전시 / 대망의 2005년, 누가 우리를 기다리나-국립현대미술관의 2005년 전시를 중심으로

작년 12월 문화관광부 직제가 조정되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은 큰 변화를 겪었다. 지난 1969년 개관이래 요지부동이었던 직제가 개정되면서 미술관의 주요기능이라 할 작품의 수집과 전시의 기획과 실행등이 학예연구실에 이관되고 각 부서에 배치되어 분산되었던 학예연구원들이 학예연구실로 모두 모여 연구에 매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미술관이 명실공히 미술관다운 미술관으로 그 전문성에 걸 맞는 진용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우선은 우리를 안도하게 한다. 이런 변화 속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이 중점을 두고 준비하는 전시는 <해방 60주년 기념-한국미술100년, 근대>전이다. 이 전시는 그동안 통사적으로 편년사적인 측면에서 나열형 한국미술사에서 벗어나 인문학적인 관점과 이해를 토대로 문화사회학적인 관점을 도입하여 새롭게 한국근대미술사를 서술함으로써 일상사적인 측면과 미시사적인 관점으로 역사와 문화와 미술을 바라보고 또 당시 삶과 미술과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일상과 유리된 미술이 아닌 민초들의 삶 속에 뿌리를 두고 있는 미술, 미술사를 쓰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한국의 근대미술 유입을 일본강점기로 상정했던 것을 조선 조말 청과의 관계 속에서 새롭게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한 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전시는 8.15광복절을 전후하여 약 3개월간 개최될 예정이다.

물론 4월에는 <농민의 아들, 땅의 작가 이종구>전이 올해의 작가전으로 개최된다. 그의 삶에 기초한 리얼리즘의 원형을 통해 우리들의 주변부로 밀려난 농투산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와 우리의 현대를 다시금 새기게 해 줄 것이다. 아무래도 국립현대미술관의 가장 큰 과제는 모든 미술인을 비롯해 문화예술계가 여망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건립일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새로운 세기를 맞으면서 많은 유수의 미술관이 소위 확장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세기 변화하는 미술, 문화의 지형에 적응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바 있다, 이러한 미술관의 사례를 보여주는 미술관 건축전인 <새로운 세기, 새로운 미술관>전은 선진국의 발 빠른 새로운 세기에의 적응과 주도력을 확인하는 전시가 준비 중이다. 이와에도 프랑스의 신구상화화를 선도해온 프로망제의 전시와 우리의 지구반대편에 위치한 칠레의 현대미술전을 통해 유럽과 미국중심의 교류에서 이제 문화교류 폭을 남미까지 펼쳐나갈 예정이다. 해외진출과 문화국가로서 국가 브랜드가치를 올려 줄 한국현대미술 해외전이 올해는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 처치갤러리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덕수궁미술관 전시계획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스위스 바이엘러 미술관이 소장한 20세기 모더니즘의 대표작가, 작품이 대거 선보이는 <20세기 모더니즘의 명작, 명품(가칭)>전일 것이다. 피카소, 미로등등의 21세기 거장들과 주지주의적인 이성중심의 모더니즘 담론이 미술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전시로, 말로만, 도판으로만 보던 명작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또 한국현대조각의 선구이자, 마지막 선비정신을 구현한 탄생 김종영의 90주년을 맞아 그의 진면목을 다시금 새기는 대규모 회고전이 준비중이다. 한국현대조각의 변천을 김종영을 통해서 만나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화의 현대화를 이끌어온 산정 서세옥의 전시도 준비되고 있다. 기품과 격이 어우러진 한국화의 새로운 모습을 늘 추구해온 그의 전모를 살펴볼 수 있다. 또 중국에서 활동한 유민작가, 사막의 귀재라 할 수 있는 한낙연의 전시가 열린다. 그의 조국에 대한 이해와 사랑 그리고 돈황 사막에서 찾아내고 기록한 동양미술의 정수가 담긴 작품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또 동아시아의 큐비즘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통해 동아시아의 문화적 정체성을 추적하는 <동아시아 큐비즘>전은 이제 국립현대미술관이 아시아 미술의 중심관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된다. 서구모더니즘의 원형이라 할 큐비즘이 동아시아에서는 어떻게 그들의 시각과 사고에 의해 적용되었는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큰 특장은 분산되었던 학예원들이 하나의 우산에 모임으로써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상설전시장의 소장품 특별전도 활성화 될 예정이다. 특히 05년에는 오지호전을 비롯해서 주경, 류경채, 문신, 손일봉, 최영림, 최욱경 등의 작고작가들이 중소 규모의 회고전을 통해 다시 부활하게 될 것이다.

정준모│미술사,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미술시장 / 정부의 정책, 그리고 문화마케팅

내년 경기를 예측하는 많은 보고서와 기업 현장에서 뛰는 CEO들 모두 내년 경제상황을 우울하게 전망하고 있다. 미술품시장이 경제 전반적인 상황과 별개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금년만큼이나 내년도 어려운 한해가 될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사실 지금의 미술시장은 지난 IMF 이후 그나마 있었던 기업과 기관들의 수요가 크게 위축되고 개인애호가 위주로 재편되었다. 기업과 기관들의 미술품 수요 위축은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상시화되고 눈에 보이는 생산성 위주의 제한적 투자만 이루어지고 있는 경제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부 기업들은 창사 이래 최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미술계와는 먼 남의 나라 얘기일 뿐 이다.
그나마 문화관광부가 2005년부터 ‘아트뱅크’를 만들어 매년 20억원씩 향후 4-5년간 젊은 작가 작품을 구매할 계획을 발표하여 고사 상태의 미술시장에 단비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되나 좌초위기의 미술시장을 궤도에 올려놓기에는 충분치 않다.
20억원의 정부재원으로 미술시장에 직접 도움을 주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시장기능에 따른 시장 활성화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정부는 좀더 고민해야한다. 무엇보다도 2005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미술품을 기업의 업무용 자산으로 인정하는 안이 차질 없이 진행되어 기업들이 세무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율적 판단에 의해 미술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IMF 이후 미술품, 공연을 아이템으로 한 문화 마케팅은 금융권을 위시로 하여 VIP 마케팅이 필요한 기업체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런 변화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일이다. 자극적인 마케팅에 지쳐있는 소비자에게 상상력을 자극하고 푸근함을 줄 수 있는 문화마케팅은 이미 선진 금융기관과 선진 기업체에서는 자사의 가치를 높이고 고객들에게 새로운 만족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은지 오래이다.
각종 규제를 풀며 각 경제주체들의 판단을 존중되는 마당에 미술품이 비업무용자산으로 묶여있어 기업체의 미술품구입에 제약을 주는 현행 법인세법은 마땅히 예정된 바와 같이 개정되어 2005년부터 시행되어야 한다. 우리 작가들의 국제 경쟁력은 해외 아트페어, 경매를 통해서 속속 검증되고 있다. 남은 것은 우리 작가들이 마음껏 꿈을 펼치고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일이다.

이학준│(주)서울옥션 총괄상무







■ 미술비평 / 문화정책 당국에 바란다.

흔히 이야기하길 기초과학이 융성해야 응용과학이 거기에 발맞춰 발달할 수 있다고 한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미술비평이 튼실하게 뿌리를 내려야 미술도 농익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당연한 사실을 너무도 쉽게 잊는 것 같다. 그래서 기회만 있으면 비평을 깎아 내리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行態)는 우리의 비평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제대로 연구다운 연구를 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수준 높은 비평이 탄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평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은 그래서 더욱 절실하다.
이제까지 창작 분야에 비해 비평은 대접다운 대접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문화예술에 관한 중추기관인 문화관광부를 비롯하여 문예진흥원, 문화관광정책개발원 등 관련기관이 여럿 있지만, 비평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기관은 없다. 작년 봄, 한 문화관광부 간담회에서 비평에 대한 지원을 역설한 적이 있는데, 마이동풍 격으로 흘러가 버렸다. 그렇다면 간담회는 굳이 왜 하는가? 간담회란 것이 쟁점이 된 사안을 무마시키기 위해 어물쩍 넘어가기 위해서 여는 것이라면, 이는 지나친 행정 편의적 발상이 아닌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기초예술연대’라는 것이 있어서 많은 예술단체들이 오래 전부터 모임을 갖고 미래의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연구와 토론을 해온 모양인데, 명색이 국내의 대표적인 미술비평단체인 한국미술평론가협회에 출범 때부터 어떤 언질이나 초대도 없었다. 이쯤 되면 두뇌 집단을 무시해도 너무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법하지 않은가? 국가기관인 문화관광부나 문예진흥원이 무시하는 태도를 능사로 보이니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미술평단’의 문예진흥기금 탈락과 같은 사태는 그 대표적인 사례인데, 그러면서 ‘문예진흥’이니 ‘문화입국’을 운운할 수 있는가?
다가오는 새해에는 좀더 세련된 문화예술정책을 기대한다. 목소리가 크면 떡 하나가 떨어지는 난맥상이 아니라, 환부를 진단해서 과연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하고 세심하게 처방하는 슬기를 보여주기 바란다. 부디 조용하다고 해서 깊이 잠든 것으로 오인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윤진섭│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 호남대 교수




<■ 미술출판 / 독자가 소외된 기획에서 독자를 생각하는 기획으로

2004년에 생산된 책 중에서, 폭넓게 사랑을 받은 것은 줄곧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미술을 소재로 한 영화 관련 소설들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삶과 작품을 모티브로 한 소설 <다빈치 코드>(전2권)와 베르메르의 작품이 모티브가 된 소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은 이미 영화로 개봉되었거나 영화 제작이 알려지면서, 두 작가와 관련된 미술서들이 덩달아 서가의 전면에 배치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그리고 프리다 칼로도 그에 관한 영화 개봉에 힘입어 몇 종 선보였다. 한편 대형 기획전과 관련된 출판물이 붐을 이뤘다. ‘색채의 마술사’로 통하는 마르크 샤갈과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전시회는, 출판계에서도 두 작가와 관련된 미술서 출간을 부추겼다.
비미술전공자의 미술 관련서 출간도 눈에 띄었다. 법의학자의 명화 속의 의학 이야기, 법학자들의 미술로 본 법 이야기, 소설가들의 피카소 연구서와 미술에세이, 경제학자의 미술을 통한 창의력 계발서 등. 이들 책은 저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미술의 재미를 더해주었다.
현대미술 관련서의 가뭄현상은 여전했다. 도판 저작권 사용료 부담과 현대ㆍ동시대 작가들의 생소함 등으로 인해, 현대ㆍ동시대 작가들의 움직임을 소개한 미술서는 흉작이었다. 그런 가운데 MBC 김지은 아나운서의 <서늘한 미인>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개성적인 필치로 소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국내의 미술출판시장은 외화내빈이다. 비싼 제작비 투자에 비해 얇은 독자층은 미술출판의 사기를 꺾어놓는다. 타개책은 독자 개발이다. 미술의 대중화는 독자의 마음을 읽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지금처럼 저자가 독자의 욕구와는 무관하게 원고를 출판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독자 중심적’인 기획 출판으로 전환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하여 2005년에는, 독자에게 미술을 전달하는 방법의 다양화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무뚝뚝한 글쓰기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글쓰기 방식, 다른 장르와의 교접 등으로 미술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미술출판물의 꾸준한 증가가 예상되고, 대형 전시 관련서와 비전공자들의 활동, 현대미술서의 부재 등은 2005년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패턴을 유지할 것이다.
다만 새해에는 기획의 힘을 보여주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미술출판계의 허약한 기획력은 선결 과제다. 필자가 보기에, 미술출판의 컨텐츠는 무궁하다. 전문성과 대중성이 살아있는 참신한 기획으로, 지금처럼 교양수준에서 기획되는 유명 화가나 인상파 주변만 맴도는 출판 현실을 하루빨리 구조조정 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미술의 광맥을 채굴할 기획력이다.

정민영│(주)아트북스 대표이사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